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가다[그해 오늘]

2016년 6월3일 복싱전설 무함마드 알리 사망
압도적인 기량과 현란한 언변으로 세계 복싱계 제패
흑인과 종교 차별에 맞서싸운 사회운동가
  • 등록 2023-06-03 오전 12:03:00

    수정 2023-06-03 오전 12:03: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54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시의 경찰서. 열두 살 흑인 소년이 자전거를 도둑맞은 데 분통을 터뜨리며 “한 방 먹여주고 싶다”고 씩씩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경찰관이 소년에게 “그러면 권투를 하라”고 조언했다. 이 말을 계기로 소년은 권투에 입문하고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첫 올림픽에서 소년이 거둔 성적은 금메달. 권투의 전설로 꼽히는 무함마드 알리(Muhammad Ali) 얘기다.

1965년 소니 리스턴과 경기에서 1라운드 KO승리를 거두고 표효하는 알리.
고국으로 돌아온 알리를 반긴 건 흑인 차별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운동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자신도 차별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 길로 프로로 전향을 결심했다. 미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고자 한다”는 복서 알리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프로에 입문(1960년)하고 1970년까지 10년 동안 치른 32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첫 패배는 1971년 라이벌 조 프레이저와 맞붙은 경기였다. 1981년 은퇴하기까지 프로 통산 61전, 56승, 5패. 이 기간에 당시 프로 복싱 양대 기구인 WBA(4회)와 WBC(2회) 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다. 통산 타이틀 방어는 19차례 성공했다.

라이벌 조 프레이저와 치른 세 차례 경기는 모두 명승부로 기록된다. 상대 전적 1승 1패로 시작한 3차전(1975년)을 앞두고 프레이저는 “신이시여, 알리를 때려눕힐 힘과 방법을 알려달라”고 기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경기는 14라운드 알리의 TKO 승리로 끝났다. 1974년 아프리카 콩고 킨샤사에서 치른 조지 포먼과 경기도 회자된다. 서른두 살의 나이로 전성기를 지난 알리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스물네 살 돌주먹 포먼을 8라운드 KO승으로 이겼다.

알리의 싸움은 링 밖에서도 계속됐다. 1965년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알리로 개명한 게 대표적이다. 그전까지 쓰던 이름 캐시어스 클레이(Cassius Clay)는 백인이 노예에게 붙인 것이라는 이유로 버렸다. 선수생활이 흔들리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베트남 전쟁에 징집을 거부했다. 유죄 판결이 무죄로 뒤집히기까지 운동선수로서 최고 전성기(25~28세)를 허비했다. “베트공이 흑인을 무시한 적 없으니 총을 겨눌 수 없다”는 게 신조였다.

이렇듯 화려한 언변은 알리를 상징했다. 현역 시절 자신의 권투 스타일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로 규정한 어록은 유명하다.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 is impossible)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광고 카피로서도 활용됐다.

은퇴하고 3년이 지나 얻은 파킨슨병은 화려한 언변과 현란한 움직임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인종과 종교에 대한 차별과 맞서 싸우기를 이어갔다. 파킨슨병 치료 재단을 설립해 같은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로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성화 점화자로 대중에 나타나 세계인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겼다. 파킨슨병 증상이 심해서 손이 떨리고 발걸음은 더뎠지만 굳은 의지로 점화에 성공했다.

2016년 6월3일 74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파킨슨병 합병증이 사인이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물결에 세계에서 일었다. “알리는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버락 오바마), “가장 훌륭한 복서가 아니라, 가장 위대한 사람”(조지 포먼)이라는 추도가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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