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로켓 '누리호' , 고도 700km까지는 날았다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서 발사
1,2단 분리, 페어링 분리,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해내
모형 위성 목표 궤도 진입 실패했지만 소기 성과
  • 등록 2021-10-21 오후 7:35:23

    수정 2021-10-21 오후 9:04:4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모두가 숨을 죽인 10초였다. 발사를 준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들도,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방송을 지켜보던 국민까지. 10여년전 러시아 연구자들의 눈치를 보며 만든 나로호가 발사된 발사장의 바로 옆. 우리 기업이 만든 발사장에 토종 로켓이 역사적인 도전에 나섰다. 최종 점검에 이어 ‘카운트 다운’을 마친 누리호는 이내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솟구쳐 올랐다.

로켓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미사일 기술통제체제(MTCR)와 미국 수출 규제(ITAR)의 적용을 받는다. 미국, 일본 등 우방국에게 외면받고, 러시아 연구진들의 견제를 받으며 로켓을 개발한 후발주자의 설움을 딛고 만든 로켓이 우주로 향했다. 하지만 결과는 ‘미완의 성공’. 연구자들의 집념만큼은 빛났다.

국산 로켓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날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1단 분리, 페어링(위성보호덮개) 분리, 2단 분리, 위성 모사체(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구조체) 분리까지 16분만에 차례로 이뤄냈다. 목표로 한 궤도(700km)까지 날아올랐지만 모형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다.

누리호 발사 장면.(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날 누리호는 제주도와 일본 후쿠에지마에서 각각 100km 떨어진 곳을 지나 비행해 목표로 한 비행고도 700km까지 정상적으로 도달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로켓 발사 30분뒤 제주도와 나로우주센터, 팔라우의 추적소를 통해 로켓 상태를 추적해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위성 모사체의 궤도 진입 실패는 3단 엔진(7톤급) 엔진 연소를 목표시간 대비 40~50초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결과 브리핑에서 “위성모사체 속도(7.5km/s)가 안나와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며 “3단엔진 연소가 조기에 종료됐지만 단분리, 페어링 분리, 클러스터링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해 우주를 향해 한걸음만 남겨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누리호는 1.5톤급 탑재체를 지구저궤도(600km~800km)에 올릴 수 있는 3단형 로켓이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만이 실용급 위성(1톤 이상)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도 자력 발사 능력은 갖췄지만 300kg 이하 위성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이 중요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누리호는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우주 개발 투자와 지원은 확대될 전망이다. 올해 한미 미사일지침이 종료되면서 고체연료 로켓을 접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로켓을 개발할 수 있다. 민간기업으로의 우주기술 이전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누리호는 내년 5월 한 차례 추가 발사한뒤 민간 기업 주도로 2027년까지 총 4차례 추가 발사를 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목표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지만 첫 발사로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며 “발사체를 우주 700km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이번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면 내년 5월에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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