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테마파크 이어 오피스텔까지…'예술'이면 다 판다

서울옥션 6월 경매에 오피스텔 분양권
'더 팰리스 73' 중 1개실 시작가 160억원
프리츠커상 리처드 마이어 설계 참여
"공간 구석구석까지 예술적 가치 담겨"
케이옥션, 박수근 '농악' 인디애나 '러브'
120여점 104억원어치로 상반기 마무리
  • 등록 2024-06-25 오후 12:11:43

    수정 2024-06-25 오후 1:29:05

서울옥션이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 내놓는 오피스텔이 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 팰리스 73’ 조감도와 내부 예상도(둥근 사진). 이 중 1개 호실의 분양권이 출품해 시작가 160억원부터 호가를 높인다(사진=서울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외관은 무조건 하얀색일 것, 자연광을 끌어들이고 주변 경관을 최대한 활용하고.”

평생 이 철학 하나를 고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활동해온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90)는 흰색의 기하학적 모더니즘을 조형언어로 삼았다. ‘백색의 건축가’ ‘백색의 마술사’란 별칭에 걸맞게 마이어가 설계한 건축물에는 단순하지만 독보적인 그 철학이 배어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수공예박물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티센터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청 등을 대표작으로 꼽는데. ‘화이트큐브’란 상징 때문인가. 미술을 담아내는 건축물에 특히 관심이 많았나 싶다.

쉰 살인 1984년 ‘프리츠커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 상이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5년 강원 강릉시 경포대에 들어선 ‘씨마크 호텔’이 마이어의 설계작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강릉시 교동의 솔올미술관도 있다.

공공 건축물이 첫 줄에 오르지만 마이어의 작품 중에는 주택도 꽤 있다.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게 아니란 점이 대중성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름값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닌 게 됐다. 마이어가 설계한 국내 주거용 시설이 돌연 시장에 ‘출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시장이 단순치 않다. 부동산시장이 아닌 미술품 경매시장이니까. 게다가 아직 조감도가 전부인 ‘건축 예정 물건’이 출품작으로 나서는 거다.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지하 4층 지상 35층 2개 동으로 지어질 ‘더 팰리스 73’ 설계에 참여했다. ‘백색의 건축가’ ‘백색의 마술사’란 별칭에 걸맞게 마이어는 흰색의 기하학적 모더니즘을 조형언어로 삼았다(사진=서울옥션).
‘오피스텔 분양권’ 시세 210억원…시작가는 160억원

서울옥션이 ‘부동산 분양권’을 6월 경매 리스트에 올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지어질 주거용 시설 ‘더 팰리스 73’ 중 오피스텔 1개 호실(전용면적 261.30㎡·약 70여평)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하는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서 이 특별한 출품작은 여느 미술품과 똑같이 호가를 높이며 응찰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시작가는 160억원이다.

지하 4층 지상 35층 2개 동으로 지어질 ‘더 팰리스 73’은 바로 그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했다. 공동주택 58가구,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가구가 들어선다. 그중 출품작 1점에 대해선 ‘마이어 파트너스’가 내부 인테리어까지 제공하겠다는 옵션이 붙었다. 물론 낙찰이 될 경우다. 여기에 서울옥션은 아트컨설팅을 내걸었다. 이번 ‘분양권 출품’을 두고 서울옥션은 “분양대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서울옥션이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 내놓는 오피스텔이 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 팰리스 73’ 조감도 중 부분. 공동주택 58가구,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가구가 들어선다(사진=서울옥션).
미술계 아니,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오피스텔 분양권’의 시세는 210억원 정도다. 73가구 중 펜트하우스 최고 분양가는 500억원에 달한다. 6월 중순을 기준으로 ‘더 팰리스 73’의 총 계약률은 절반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는다.

서울옥션 메이저경매서 ‘부동산’은 세 번째

‘오피스텔 분양권’은 사실상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최초로 거래한다. 하지만 서울옥션이 부동산을 메이저경매에 부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시도는 2019년에 있었다. 2019년 경기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연면적 2480.33㎡, 약 750평)를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올렸더랬다. 제14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2014)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이 공동설계해 2004년 개관한 ‘딸기가 좋아’에는 테마파크 외에 미술창고가 포함됐다. 당시 추정가는 40억∼60억원.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예술마을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의 야간 전경. 2019년 서울옥션 메이저경매에서 처음 거래한 건축물이다. 당시 추정가는 40억∼60억원(사진=서울옥션).
2020년에는 역시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들어선 ‘논밭예술학교’가 추정가 30억∼40억원을 달고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되기도 했다. 대지면적 1157.40㎡(약 350평), 건축면적 462.80㎡(약 140평), 연면적 793.40㎡(약 240평) 규모. 최정화·박기원·강운·이미경·이진경·천대광·천재용 등 현대미술작가 7인이 의기투합해 디자인하고 설계한 이 건축물은, 이름은 학교지만 굳이 학교는 아니었다. 팍팍한 도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쯤이라고 할까.

당시 ‘딸기가 좋아’는 현장에서 유찰됐으나 이후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다만 ‘논밭예술학교는’ 경매 직전 응찰자가 출품을 취소해 흥정도 없이 ‘없던 일’이 됐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예술마을 ‘논밭예술학교’(2010)의 외부 전경. 2020년 서울옥션 ‘제156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0억∼40억원을 달고 나왔으나 경매 직전 출품이 취소됐다(사진=서울옥션).
부동산은 아니지만 서울옥션이 메이저경매에 내놓은 ‘특별한 예술품’으로는 BMW 자동차도 있었다. 2017년 ‘제144회 미술품 경매’에서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은 ‘BMW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과 ‘BMW 뉴 M760Li xDrive’였다.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은 독일 바이에른주 딩골핑공장에서 1000만번째로 생산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자동차’로, ‘뉴 M760Li xDrive’는 BMW의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로 관심을 모았더랬다. 판매는 하나만 됐다. 6100만원부터 호가를 시작한 ‘뉴5시리즈 딩골핑 에디션’은 7500만원에 팔렸으나, ‘뉴 M760Li xDrive’는 시작가 1억 9500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유찰됐다.

서울옥션이 미술품과 거리가 먼 이들을 미술품 경매에 내세운 건 ‘예술적 가치’에 방점이 찍힌다. “예술이 된다면 거래에 부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번 ‘오피스텔 분양권’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철학이 주거 공간 구석구석까지 두루 적용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상의 희소성, 예술적 가치를 감안했다”고 했다.

다만 자동차, 테마파크, 예술학교 등 이전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면 이번 오피스텔 분양권은 ‘미술품 경매’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아이템이란 거다. 낙찰이 되든 되지 않든 6월 경매의 총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비단 경매사만이 아니라 응찰자에게 해당되는 문제인데, 서울옥션 규정인 낙찰가의 18%에 해당하는 구매수수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박서보 캔버스화, 인디애나 조각 등도 6월 경매에

‘오피스텔 분양권’과는 별개로 서울옥션은 6월 경매에 110여점 78억원어치를 내놓는다. 김창열의 ‘물방울 ABS No 2’(1973)가 시작가 11억원에 나선다.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해에 제작한 작품으로 의미가 크다. 박서보의 캔버스화 ‘무제’(1969)는 추정가 3000만∼5000만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모처럼 ‘묘법’을 벗어난 초기작의 출품으로 관심을 끈다.

박서보의 ‘무제’(1969, 99.8×80.2㎝). 서울옥션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 추정가 3000만∼5000만원을 달고 나선다(사진=서울옥션).
한편 케이옥션은 다음 날인 26일 ‘6월 경매’에 125점 104억원어치를 내건다. 박수근의 ‘농악’(1962)이 시작가 12억원을 달고 응찰을 기다린다.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 회고전’에서 관람객을 만났던 작품이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조각작품 ‘러브’(1966∼1999)가 오랜만에 경매장에 선다. 파랑과 초록을 속에 품은 ‘붉은 러브’로 흔한 듯 흔치 않은 작품이다. 추정가는 3억∼4억원.

박수근의 ‘농악’(1962, 31.8×41㎝). 케이옥션 ‘6월 경매’에 출품한다. 시작가 12억원(사진=케이옥션).
로버트 인디애나 ‘러브’(LOVE: Red Blue Green)(1966∼1999, 45.7×22.9×7㎝). 케이옥션 ‘6월 경매’에서 추정가 3억∼4억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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