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전쟁→직공 전환' 이스라엘vs이란…출구가 안보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전, 심각한 피해는 없어
즉각적인 확전 가능성 낮췄지만 '게임의 규칙' 깨져
상대국 의도·반응 예측 어려워져 전면전 위험만 더 켜져
전문가들 "전면전 불씨, 여전히 살아있어"
  • 등록 2024-04-21 오후 6:21:01

    수정 2024-04-21 오후 6:53:53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동의 오랜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충돌을 자제하는 ‘그림자 전쟁’의 불문율을 깨면서 중동 정세가 변곡점을 맞았다. 양측은 그동안 상대를 은밀히 공격하거나 대리 세력을 앞세우는 전략을 취했으나 최근 맞불 보복전을 통해 직접 포격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서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도와 반응을 예상하기 어려워진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오판으로 이어질 경우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충돌이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며 ‘게임의 규칙’ 변화에 따른 전면전 위험은 되려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직접공격 전환…“수개월간 불안전 상황 지속”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 13일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무장 드론 공격을 받은지 엿새만에 유사한 방식으로 재보복을 단행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과 이스라엘의 이란 직접 공격은 모두 처음이다. 양측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복수전에 나섰지만,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는 절제된 보복 대응을 감행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습은 예상보다 약했고 이란의 반응도 미온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제한된 공격 범위와 이란 관리들의 차분한 대응으로 즉각적인 확전 가능성을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물리적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중동 전면전 위험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세기 가까이 직접 충돌을 자제하는 그림자 전쟁 불문율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직접 공격 대신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이란은 헤즈볼라와 후티반군, 하마스 등 대리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싸워왔으나 양국이 직접 충돌하면서 중동 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게임의 규칙’이 깨지면서 양국이 오판할 위험성이 커진 점에 주목했다. 상대 국가의 의도와 반응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양국간 전면전 위험만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아사프 오리온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불안정한 새로운 단계에 와 있다”며 “여러 전선이 얽혀 있고 움직이는 부분이 많은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측이 그림자 전쟁에서 벗어나 직접 포격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서로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이전의 불문율을 따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달리아 다사 케이 유시엘에이(UCLA) 국제관계 버클 센터 선임연구원은 “게임의 규칙이 바뀐 새로운 영역에서는 양측이 서로를 시험하는 기간이 있다”며 “앞으로 수주일이나 수개월간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에서 이란학을 가르치는 메이어 자베단파르 교수는 “최근 두 나라 간의 공개적인 대립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조만간 양국은 다시 직접 맞붙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험대 오른 미국의 군사 전략…병력 확대로는 한계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군사 전략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현지 미군의 요격 지원으로 이스라엘 측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에 보복을 만류했으나 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지역에 병력을 확대하는 미국의 전략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은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개전 이후 중동지역에 미군 수천명을 급파했으나 대부분 군함과 항공기에 주둔하는 형태로 임시 배치돼 있다.

이런 가운데 미 하원은 이스라엘 군사 지원을 결의했다. 하원은 20일 본회의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608억달러(약 84조원), 이스라엘에 260억달러(약 36조원),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동맹에 81억달러(약 11조원)를 각각 지원하는 안보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번주 내로 열릴 상원 의원에서도 가결이 예상돼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으로 방공망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 의회가 원조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며 이스라엘과 서구 문명 수호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줬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침략”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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