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던힐, 글로 등으로 알려진 글로벌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그룹이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합성 니코틴을 활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 현행법상 합성니코틴 액상이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공백을 노린 것이란 평가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흡연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 (사진=BAT로스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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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BAT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BAT로스만스는 10㎖ 용량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을 전날 공식 출시했다. 제품은 편의점을 제외한 ‘베이프샵(전자담배 가게)’에 유통되며 권장 소비자가격은 1만7000원 선이다. BAT가 합성니코틴 제품을 출시한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다.
화학물질로 제조되는 합성 니코틴은 담뱃잎에서 추출하는 천연 니코틴과 달리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돼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담배소비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지방교육세 등 각종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때문에 규제 공백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들은 담배의 정의를 광범위하게 두고 합성니코틴 제품에 대해서도 천연니코틴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 중이기 때문이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합성니코틴 카테고리에서도 높은 품질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 담배사업법상 합성니코틴 담배 관련 규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담배 관련 규제들을 자율적으로 준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마드 유통사에도 청소년을 보호하는 책임 있는 판매 활동을 준수하도록 요청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한국에서 처음으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인 노마드를 출시하는 이유는 합성니코틴 액상 담배와 천연니코틴 액상 담배에 서로 다른 법을 적용하는 국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규제 공백으로 유해 담배가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합성니코틴 액상담배가 온라인, 무인점포를 통해 무분별하게 청소년들에게 판매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담배의 규제 공백은 청소년 흡연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적정하게 규제돼야 한다”면서 “내일 기재부 경제재정 소위 통과 여부를 업계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는 9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기재위 경제재정소위는 오는 27일 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성니코틴 담배 출시를 계기로 규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 부회장은 “액상 담배시장에서 합성 니코틴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서 수년 전부터 규제 강화를 주장해왔지만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이번 합성 니코틴 담배 출시를 계기로 정부에서 하루빨리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