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대해 유럽연합(EU)이 즉각 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기보다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 (사진=로이터) |
|
라가르드 총재는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뉴스(FT)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위 말하는 수표책(checkbook) 전략으로 더 많이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다시 환기시키며 “우리는 미국에 액화천연가스(LNG)와 방위용 무기 등 특정 품목을 구매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며 “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릴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 전문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는 맞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수한 보복 전략보다는 더 나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 전쟁이 시작될 경우 “곧바로 확전 가능성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유럽 또는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세계 GDP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이는 미 대선 전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유로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순 인플레이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언급하며 경제 활동 감소와 환율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관세 문제는 양쪽으로 논의할 여지가 있다”며 “관세의 종류, 적용 대상, 그리고 적용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