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함지현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더는 국제사회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주문이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법인세는 구간이 다양한 데다 세율마저 높아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오는 2023년부터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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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율이 낮아진다면 세금으로 나가는 부분을 어느 정도 신규 투자나 인력 채용 쪽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아웃소싱 및 컨설팅 기업 AJ ICT의 이철 대표는 법인세율을 회사의 경쟁력과 결부지었다. AJ ICT는 매년 22~25%가량의 법인세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법인세율은 아무래도 높은 편”이라며 “법인세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준다면 기업이 영업이익화하기 보다는 설비투자나 최근 많이 오른 인건비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법인세와 관련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4%에서 23.5%로 1.9%포인트 낮춘 데 반해 한국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8년부터 오히려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로 3.3%포인트 상향했다. 그 결과 주요 7개국(G7) 평균(33.1%→27.2%)과도 역전됐고 한국의 법인세 조세경쟁력은 2017년 대비 지난해 7단계 하락한 33위로 급락했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이)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설비투자가 늘었을 뿐 아니라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기업도 늘어났다”라며 “법인세율을 낮추는 건 경영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시그널로 비치며 (기업으로부터)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국은 과세표준구간도 4단계로 OECD 국가 중 가장 복잡하다. 지난해 가입한 코스타리카를 제외하고 OECD 37개국 가운데 33개국이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한국과 포르투갈만이 4단계의 누진 세율을 유지 중이다. 사람이 아닌 ‘법인’에 ‘부자 증세’의 개념을 덧댄 것으로, 사실상 주주의 이익을 가로채는 셈이기도 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명박(MB) 정부 당시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하한 것을 두고 ‘부자 감세’였다고 표현하는 건 정치적으론 말할 수 있어도 이론적이나 현실적으론 맞지 않다. 법인세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없다”며 “다른 국가가 다 법인세를 인하하는데 한국은 최고 구간을 신설하며 국제 흐름에 역행했다”고 했다.
2023년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 적용…선제적 개선 필요
아일랜드의 경우 12.5%의 낮은 법인세율로 주요 기업들을 유치했는데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가 적용되면 기업은 나머지 2.5%에 대해 본국에 납세를 해야 한다. 법인세율 하한선을 정해 국가 간 출혈 경쟁을 막자는 의도다. 연결매출액 7억5000만 유로(1조65억원) 규모의 다국적기업이 대상으로 그 범위도 넓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 중 최저한세율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불분명할 수 있지만 국가의 세수 쪽에서는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선 국가 간 기업 유치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기업이 향후 투자처를 결정하는 데 명목 법인세율보다 실효세율이나 규제 등을 더 중요한 이슈로 볼 것이란 얘기다. 중국은 법인세 최초 5년 면제, 향후 5년 50% 적용의 이른바 ‘5면5감반’ 정책으로 기업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해외 비즈니스가 많은 기업은 다른 나라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 경우 한국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 국내 법인세율을 낮추고 기업 규제나 활동을 가로막는 여러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