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유 김경은 기자]코로나19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가 다음 달 중단될 위기다. 초진부터 허용이냐, 재진부터 허용이냐를 두고 소모적인 논란만 벌이면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비대면 진료가 막힐 처지다. 의료 현장에선 소모적인 초·재진 논란으로 비대면 진료의 싹을 자르기보다는, 비대면 진료의 수요가 많은 소아과나 정신과 등 질환별로 구분해 초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의 근거와 기준을 포함한 의료법 개정안 5건을 심사한다.
코로나19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5월이면 감염병 위기경보 하향으로 종료될 상황이라, 이날 법안소위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절충안을 찾지 못해 법제화가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 시범사업 형식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의 방향조차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기준의 재진부터 허용한다면 국민 불편이 커지는 것은 물론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들은 고사할 위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9%가 감기, 피부염 등 경증 중심의 초진 환자들이어서다. 길은진 굿닥 대외협력실장은 “환자 99%가 초진인 만큼 이를 제한하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바쁜 직장인 등 국민 불편이 커진다. 무조건 대면 진료 이후 원격 모니터링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채규정 산부인과 전문의는 “재진 규칙이 까다롭고, 재진이더라도 꼭 대면으로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질환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비대면 진료 유지가 우선이고, 소아과처럼 비대면 진료가 시급한 부분부터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비대면 진료를 열어주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후적으로 규제를 관리하자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수요가 많은 소아과나 정신과 등에 한해 초진 기회를 주고, 중장기적으로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의료계의 표준화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시급한 상황이니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에 기회를 주고, 법제화 이후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후적으로 규제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 큰 부작용이 없다면 우선은 비대면 진료 영역을 열어주는 방향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