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상교육, 지학사 등 주요 교과서 업체들과 함께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49)는 최근 불거진 AI 교과서 논란이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AI 교과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이런 아이들에게는 맞춤형 학습이 중요한데, AI는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인식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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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해 막대한 예산 투입과 문해력 문제 등을 지적하며,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전환되면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기 어려워지고, 이를 수용하는 학교와 학부모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배우는 속도가 다른 아이들을 위해 설계된 AI 디지털교과서가 학교장의 재량이나 재정 여건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교육 격차가 오히려 확대될 우려가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무엇이기에, 이수인 대표는 아이들에게 최상의 학습 도구라고 생각하는 걸까. AI 교과서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고 사용해 온 세대)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AI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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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에누마 이수인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실패가 예정된 아이들을 위한 제품, 수학을 견딜만 하게
-에누마를 창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청각 장애가 있었고, 의사는 나중에 자폐가 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나름 공부를 잘했지만,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매일을 어떻게 채워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도 학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죠. 남들과 다른 속도로 배우는 아이들을 가르칠 방법은 ‘디지털 밖에 없다’고 믿고 있으며, 그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2012년 창업하고, 2013년 수학 학습앱 ‘토도수학’을 출시해 20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를 했다던데 어찌된 일인가요.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수학 제품을 만들었는데, 의도치 않게 아시아 선행 교육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놀랐습니다. 저희 팀은 정말 뛰어난 제품을 만드는 팀입니다. 저와 남편은 엔씨소프트에서 일했는데, 남편은 훌륭한 개발자이죠. 최신 게임 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에 비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학습 프로그램 수준이 현저히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두 자리수 뺄셈을 6개월 만에 마치고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일부 아이들은 같은 것을 2배, 3배 더 배워야 하기에, 더 재미있어야 합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던 기술이 장애 아동에게 깊이 공감하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디지털 네이티브를 위한 안전 지대
△두 자리 수 뺄셈을 공부할 때, 특정 숫자인 3이나 9가 포함되면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의 칠판 수업에서는 그런 차이를 간과하고 넘어가지만, 저희는 특정 패턴을 반복적으로 학습시켜 아이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개인에 맞춘 교육을 제공하는 겁니다.
하지만 AI 디지털 교과서는 더 큰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AI를 활용해 암기나, 잘 못 푸는 문제 패턴을 반복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지금 전 세계 학교에서는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AI시대를 사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건가요.
△2022년 정도부터 각 국 정부가 디지털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학습 결손 때문이 아니라 AI 때문이었습니다. AI를 빨리 도입하고 싶어하는 거에요. AI가 들어와 사람보다 문제를 더 잘 풀면 인간이 문제를 푸는 걸로 AI와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이런 문제 의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어떤 도구나 기술이 들어오든 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AI 교과서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AI 교과서는 현실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둡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는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먹은 학교 급식에 나온 김밥, 바나나 우유, 토마토의 칼로리를 더해 총 칼로리를 구하는 문제를 풀게 됩니다. 또한 AI는 학생들의 읽기 수준에 맞춰 뉴스 기사나 토론 주제를 제공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돕고,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를 다룰 때도 AI는 학생들이 지역별 기후 데이터를 비교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AI는 맞춤형 기술을 통해 시험 준비뿐 아니라 다양한 학습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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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I는 환각이 있지 않나요. 문해력 문제도 걱정됩니다.
△현재의 AI 디지털 교과서는 소프트웨어로 치면 버전 1.0에 해당하며, 최종 버전이 아닙니다. 앞으로 학교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현실 문제 해결 중심으로 바뀔 텐데, 기존 교과서는 너무 협소하게 단순 암기 위주로 구성돼 있어 아이들이 토론할 자료가 부족합니다. 반면, AI 디지털 교과서는 토론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학습 결과를 데이터로 저장해 아이들의 학습 데이터를 학교에 축적할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디지털 교육을 시작한 미국은 모든 숙제를 디지털로 제출합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혼란과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안정됐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가 디지털 리터러시에도 도움이 될까요.
디지털을 제대로 도구로서 활용해 전 세계 아이들이랑 경쟁해가면서 지금 있는 도구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내는 걸 제대로 배워야 해요.
AI와 협업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내년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에 생성형 AI 기술이 얼마나 들어가나요.
△제한적으로 도입돼 있습니다. 어찌보면 AI는 아이들한테 쓰이는 게 아니라, 교사가 아이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시킬 때 쓰인다고도 볼 수 있죠. (우리나라는) 선행학습금지법이라는 게 있어서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는 데에는 일부 한계도 있습니다.
또, 생성형AI를 전면 도입하려면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죠. 하지만, 교과서를 열었을 때, AI가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추천해주고 상호 소통하는 일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겁니다. 평균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현재의 교과서와는 확실히 다르죠.
AI가 교육에 도입되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점차 바뀔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와 AI를 활용한 학습은 학습의 격차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5년 안에 선생님들이 디지털 교육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올 겁니다.
-생성형 AI가 숙제를 대신해주는 등 공부를 게을리 하는 문제는 없을까요.
△물론 과도기적인 우려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AI를 단순히 나를 대신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해 더 높은 수준의 작업을 수행하는 방향입니다. 요즘 교수님들은 AI를 사용해도 좋으니 최고의 논문을 써오라고 하셔요. 미국에서는 AI를 활용하면서 학생들의 논문 수준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하죠. 조만간 AI를 통해 인간은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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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에누마 대표는
-서울대 조소과 95학번, 엔씨소프트 게임기획자, 2012년 실리콘밸리에서 남편 이건호(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5학번)와 에누마 창업, 토토수학(Todo Math)과 토토영어(Todo English)개발, Project Injini (특수교육 대상 학습자용 앱) 개발,’15년과 ’18년 페이런츠 초이스 골드 어워드 수상, ‘16년 한국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최고의 패밀리앱상, ’17년 아쇼카 펠로우(Ashoka Fellow) 선정, ‘19년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Global Learning XPRIZE) 대회 우승, ’20년 슈왑 재단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 선정· UN 기술과학혁신 (STI) 포럼 올해의 솔루션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