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융리스크 확산으로 5월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조기 종료할 것으로 보이자 한국은행 역시 내달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린다.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이 시장 예상보다 낮아진 만큼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안도했다.
그러나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라 금융시장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역수지 적자 등에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중소형 은행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해지고 있다.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 또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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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21일,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4.75~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벌어졌다. 역사상 최대 역전폭을 기록했던 2000년 5월(1.5%)과 같은 수준이다. 연준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우려해 금리 점도표상 최종금리를 시장 전망(5.3%)보다 낮은 5.1%(중간값)로 유지하면서 5월 25bp 금리 인상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아무리 벌어져도 1.75%포인트에 그칠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금융불안이 확산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5.25%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이지만 4분기부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며 “한은도 미국 금리 인상보다는 부동산 구조조정 같은 내부 요인에 집중, 당분간 3.5% 금리 동결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시장은 안도 랠리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0.3% 올라 2420선을 회복했고 장중 원·달러 환율은 30원 넘게 급락한 1276.5원까지 떨어져 원화 강세를 연출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 초반대로 떨어지는 등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 *22는 위기단계, 8은 주의단계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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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은은 23일 발간한 ‘3월 금융안정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여건이 급변할 경우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FSI)는 미국 금융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금융시스템 우려가 어디로 얼마만큼 번질지에 따라 시장 상황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분석 결과 미국 금융상황지수(NFCI)가 1표준편차만큼 상승했을 경우 우리나라 FSI는 한 달 뒤쯤 2포인트 넘게 급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1표준편차 만큼 인상했을 때 FSI가 5개월 뒤쯤 1포인트 안팎 상승하는 것과 비교하면 미국 금융불안 충격이 기준금리 인상 충격보다 두 배 이상이 큰 편이다.
가뜩이나 FSI지수는 SVB파산 사태가 터지기 전인 2월에도 21.8로 위기(22)에 준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채권·환율 등 금융지표는 안정된 반면 무역수지 적자 영향 등 실물 경제 타격이 반영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3월 SVB 사태가 발생에도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지표는 안정됐으나 실물 경제에 대한 전망이 나빠지면서 FSI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SVB 파산 등이 나비효과가 돼 금융기관 곳곳의 문제가 부각될 경우 안정됐던 금융지표마저 흔들릴 우려가 크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은행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진화되고 연준의 금리 인상도 제한돼 뜨뜨미지근한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의 은행 위기가 심화되고 신용긴축이 발생해 경기침체로 진입하는 초입일 수도 있다”며 “은행 불안이 정리되는데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워 심리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