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야당의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강행 움직임에 맞서 정부·여당이 공조를 펼 태세다. ‘대야 투쟁’이 소원해진 당정 관계를 끈끈하게 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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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은 25일 국회 본회의에 방송 4법을 상정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방송 4법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확대, 시청자위원회와 언론 현업단체, 학계에 이사 추천권을 주고, 방통위 개의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과반을 훌쩍 넘는 야권 의석을 고려하면 일단 표결에 부치면 통과가 확실시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방송4법을 두고 민주당이 언론노조와 손잡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야의 방송4법 강행처리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대통령실도 방송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법은 노조가 공영방송사의 주인이 되려는 법”이라며 “순전히 MBC (신임 이사진) 임명을 방해하려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마땅히 거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방송 4법 저지에 당정이 스크럼을 짜는 셈이다.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계기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모두 당정 관계 강화를 강조하며 대야 공조를 예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대에서 “거대야당은 시급한 민생 현안, 한시가 바쁜 경제정책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며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이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려면 무엇보다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동훈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도 당선 후 “야당이 한마디로 막 나가고 있는 부분들을 민심과 함께 제지하고 심판하고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저녁을 함께 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공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채 해병 특검 수사에 관해 한 대표는 야당에만 특검 추천권을 주는 민주당 안(案)에는 부정적이지만 대한변호사협회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이 드러나야 특검 수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