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메타버스가 ‘거품’이라고?”…XR시장 여전히 뜨겁네

‘메타버스 엑스포 2023’ 가보니
산업용부터 의료용까지 XR 활용 무궁무진
PC부터 VR·모바일까지 대응기기도 확장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 “이용자 편의성 우선해야”
  • 등록 2023-06-15 오후 4:37:42

    수정 2023-06-15 오후 4:37:42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눈 앞에 3차원 ‘PC 조립 설명서’가 큼지막한 글씨로 떠오른다. 이후 디스플레이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아래 방향으로 놓고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장착 위치도 짚어준다. 마치 PC 전문가라도 된양 능숙하게 GPU를 PC 내부에 장착했다. PC 조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기자였지만 이날만큼은 눈 앞의 ‘친절한 선생님’을 통해 그 어려운 PC 조립도 ‘뚝딱’ 해결할 수 있었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해주는 버넥트의 확장현실(XR) 솔루션 덕분이다.
기자가 15일 서울 엑스포에서 열린 ‘메타버스 엑스포’ 버넥트 부스에서 AR 헤드셋을 쓰고 PC 조립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산업용 XR솔루션 확장…중공업 분야서 호응

15일 서울 코엑스 ‘메타버스 엑스포 2023’ 현장에서 만난 안정진 버넥트 매니저는 “최근 산업계에서 XR솔루션 도입 문의가 많은데, 특히 장비가 복잡하고 많은 중공업 분야 기업들이 많다”며 “최근엔 식품 분야에서도 XR솔루션 도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버넥트는 XR 기술로 산업계에 원격 현장관리, 디지털 정보제작 및 시각화, 3차원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업이다. 현재 이 회사의 XR솔루션은 HD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안 매니저는 “한국타이어 생산공장에도 우리 XR솔루션이 도입돼 잘 활용되고 있고, 최근엔 경북지역 소방서에서 도민 소방교육을 위해 직접 관련 교육을 받고 가기도 했다”며 “버넥트의 XR솔루션은 ‘3차원 PPT’ 같은 개념이어서 일반인들도 3일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델바인은 ‘편측무시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XR 진단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김정유 기자)
의료 분야 활용도…진단·재활치료까지

이날 방문한 ‘메타버스 엑스포’는 버넥트와 같은 다양한 XR솔루션 중소기업들이 참가해 자체 기술력을 뽐냈다. 올해 6회차를 맞은 ‘메타버스 엑스포’는 메타버스 전문 전시회로 메타버스 플랫폼, 소프트웨어, 디바이스 등 100여개 이상 기업들이 참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후원하는 행사다.

XR솔루션은 산업계에서 작업 효율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활용 영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메타버스 엑스포’엔 의료 분야에 접목한 사례도 종종 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국 XR헤드셋 업체 피코(PICO)와 함께 참가한 국내 디지털치료제 업체 델바인은 ‘편측무시증후군’ 환자들을 위한 XR 진단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편측무시증후군이란 사물의 방향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뇌졸중 이후 발생하는 신경학적 질환이다. 델바인은 증강현실(VR)을 통해 편측무시증후군의 중증도를 파악,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현재 GMP(의약품의 안전성 보장하는 인증) 인증을 준비 중이다.

이기환 델바인 매니저는 “VR 프로그램을 통해 중증도를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 재활치료사들과 함께 분석하는 연구자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분당서울대병원과 함께 진행 중인데, 특히 안구추적(트래킹) 기능이 중요해 피코의 VR헤드셋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편측무시증후군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VR헤드셋을 쓴 환자가 가상세계 속 물체를 눈으로 보며 따라가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이는 뇌신경을 자극해 재활에 도움이 된다.

중소기업 메디컬아이피도 의료 수술에 사용되는 XR솔루션을 전시해 눈길을 모았다. 이 회사는 CT, MRI 등 의료영상을 활용해 모든 종류의 인체내 해부학적 구조물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이 수술 전 시뮬레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메디컬아이피 관계자가 의료 수술 시뮬레이션 등에 사용되는 자사 XR솔루션을 설명하고 있다. 손으로 지목하고 있는 곳이 가상의 종양이다. (사진=김정유 기자)
눈길 모은 칼리버스, 멀티 플랫폼 승부수

이번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가장 큰 부스를 꾸린 곳은 롯데정보통신(286940)의 메타버스 자회사 칼리버스다. 실제 가장 많은 관람객들이 줄을 지어 부스를 체험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곳이다. 칼리버스는 이번 엑스포에서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 ‘롯데 메타버스’의 다양한 버전을 공개했다.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헤드셋 형태) 기기 외에도 PC, 모바일 등으로 메타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했다.

박희정 칼리버스 매니저는 “주로 영화, K팝 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쇼핑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해 관람객들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해당 플랫폼 서비스는 상용화 직전 단계이며, 연말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칼리버스 체험존에서 VR기기를 쓰면 걸그룹 엔믹스의 공연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3D 모니터가 있는 공간도 있어 VR헤드셋을 쓰지 않은 관람객이더라도 3D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 크기도 자동으로 조절된다.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는 “과거 메타버스로 시장이 달아올랐다가 최근엔 회의론이 대두 됐는데 이는 어찌보면 흐름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아직도 메타버스 회의론자가 많다. 가치의 틀을 깨는 혁신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같은 회의론자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선) 실감형 그래픽과 실사의 융합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PC부터 VR, 3D TV, 모바일 등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플랫폼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전개해 편의성을 전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구체화됐을 때 메타버스 회의론자들도 비로소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수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칼리버스는 체험형 메타버스 부스를 꾸려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사진=김정유 기자)
컴투버스 대표 “메타버스, 새 사회 만들 것”

게임사 컴투스(078340)의 메타버스 자회사 컴투버스는 이번 엑스포에 전시 부스를 꾸리지 않았지만 이경일 대표가 지난 14일 컨퍼런스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를 통한 현실의 변화’를 주제로 넥스트 인터넷 사회를 전망하고,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대해 역설했다.

이 대표는 “최근 애플의 ‘비전 프로’, 메타의 ‘퀘스트3’ 및 구글과 삼성의 XR헤드셋 등이 시장에 그 개념과 모습을 드러내고,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이를 실제로 이용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결국 메타버스”라며 “향후 메타버스는 서비스나 플랫폼의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직업과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시공간을 초월한 변화를 이끌어내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칼리버스 대표가 ‘메타버스 엑스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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