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현재 간호법을 놓고 대한간호협회와 의료연대가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서 간호를 분리하고, 간호사의 활동 범위에 ‘지역사회’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왜 이 법을 놓고 오래전부터 의료계에서는 국민 생명을 볼모로 치열한 갈등을 보이고 있나요. 핵심은 무엇이고 어떤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초 양곡관리법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 행사입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의결된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자격·업무 범위·책무·처우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법입니다. 간호법을 두고 의사·치과의사·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사병리사·응급구조사·요양보호사 등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처우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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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간호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는 의료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1951년 제정된 의료법 2조에 따르면 의사의 업무는 ‘의료와 보건지도’, 간호사는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와 간호사가 수직적 관계로 의사가 지시하면 간호사는 따르는 체계입니다.
간호계에서는 70년 가까이 유지된 현 의료법 체계가 급속한 고령화·감염병 대유행 등 변화한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원 등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관리 중심의 간호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노인요양원, 학교 등 많은 곳에서 간호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간호계는 1970년부터 간호법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2005년 열린우리당 소속 김선미 당시 의원이 간호법을 대표발의했으나 의료계 등의 반발로 17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됐습니다. 발의와 폐기를 거듭한 이후 21대 국회가 들어오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간호법을 발의하고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각 대통령 후보로 나오며 간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달 27일 최연숙·서정숙 국민의힘 의원,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묶은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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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간호법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쟁점이 되고 있는 간호법 조항은 ‘지역사회’라는 문구와 간호조무사의 학력 상한 관련 규정입니다. ‘지역사회’ 문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간호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해 있습니다. 이에 간호계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계는 ‘지역사회’라는 문구로 인해 간호사가 의사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간호사가 병원 등 의료기관이 아닌 데이케어센터 등으로 대거 이탈하며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게 간호계를 제외한 의료계의 우려입니다. 간호계에서는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막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게다가 간호법에서도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 보조’라고 명확히 명시돼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간호계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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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는 간호법과 관련한 갈등을 사전에 조율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간호계의 어려움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수십년째 간호사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복지부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는 폭증했습니다. 그럼에도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다시 간호법은 국회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의료공백은 국민의 건강권 위협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됩니다. 이제라도 여야가 머리를 모아 미래의 의료보건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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