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종결됐지만, 그 뒷말은 무성합니다. 러시아는 왜 정규군이 있는데도 반란의 위협을 무릅쓰고 우크라니아 전쟁에 용병을 기용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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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A: 지난 23일 러시아의 민간 용병 기업인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거금을 주고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냈더니 고용주에게 총구를 돌려 모스크바로 진격한 것입니다. 러시아는 분명 정규군이 있습니다. 현역 군인만 약 100만명으로 세계 5위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을 투입한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집권 위해 군부 견제 정치세력화 견제 목적
우선 러시아 군부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용병을 고용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특히 전쟁을 치르다 보면 ‘스타 장군’이 출현할 수 있는데,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푸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에 대비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프리고진을 대항마로 내세운 정치적 전략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푸틴은 측근조차 쉽게 믿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군부를 견제하는 이유는 장기집권을 위해서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집권 이후 23년간 러시아를 통치해 왔고, 내년 3월 17일 다시 한 번 대선에 출마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두 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종신제를 위한 토대도 닦아둔 상태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대통령에 당선되면 추가로 12년 더 집권할 수 있게 됩니다.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러시아와 같은 정부가 민간 군사기업을 이용해 전쟁 중에 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잘 따르길래 믿었는데…‘스타 용병’ 탄생 간과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에 대해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바그너 그룹을 이용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러시아에서 민간 군사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인 데도 바그너 그룹이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푸틴 대통령이 이를 용인해줬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바그너 그룹 용병 5만명 가운데 4만명이 교도소에서 모집한 재소자로 보고 있는데, 죄수를 용병으로 기용하는 것도 러시아 정부의 허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오랜 기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로 병합할 때 전쟁에 투입돼 세상에 처음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프리고진은 크렘린궁 국빈 만찬 등에 케이터링을 제공해 ‘푸틴의 요리사’로, 푸틴 대통령을 잘 따른다는 이유로 ‘푸틴의 개’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해 용병을 이용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은 일주일 안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점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은 빗나갔고 전쟁이 장기화하며 러시아군의 전력이 기대 이하라는 혹평이 쏟아졌습니다. 잇단 패퇴로 러시아군 총사령관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병력이 부족했다는 점 △정규군보다 용병이 전쟁에서 사망했을 때 대중이 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 △전장에서 인권 유린 등 전쟁범죄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 등도 용병을 기용한 이유로 꼽힙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지난해 9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 동원령을 발동해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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