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고에도 비트코인 계속 구매하겠다는 엘살바도르 왜?

엘살바도르, IMF와 2조원대 대출 협정 체결
달러로 세금 납부 등 비트코인 정책 축소 합의
비트코인 중요성 축소 우려에 비축량 확대키로
  • 등록 2024-12-20 오후 4:48:04

    수정 2024-12-20 오후 4:48:04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사용 중인 중남미의 엘살바도르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에도 비트코인 구매를 계속할 방침을 밝혔다.

12월 5일 엘살바도르 일로팡고에서 한 여성이 비트코인 기념비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전날 IMF와 14억 달러(약 2조308억원)규모의 대출 협정을 체결하며 일부 비트코인 정책을 축소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날 여전히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유지하고 보유량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다.

스테이시 허버트 엘살바도르 국가 비트코인 사무국장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비트코인이 중미 국가에서 법정화폐로 유지될 것”이라며 “정부는 전략적 비축물(비트코인)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썼다.

엘살바도르는 전날 IMF와 14억 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 대가로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정부는 비트코인 정책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이 거래에서 엘살바도르에서 세금 납부는 다른 공식 통화인 미국 달러로만 이뤄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줄리 코잭 IMF 대변인은 이날 엘살바도르에서 계획된 법률 개혁으로 민간 부문에서 비트코인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엘살바도르의 기업, 상점, 기타 민간 조직들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일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하더라도 민간 부문에서 반드시 비트코인을 수용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앞서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달러와 함께 법정 화폐로 세계 최초로 지정했다. 이후 엘살바도르의 모든 기업과 사업체에서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이는 일종의 강제 규정이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소상공인 및 기업들이 비트코인 지갑 설치, 기술적 지원 등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일부에선 반발도 있었다.

IMF의 경고에도 엘살바도르가 정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계속 구매하고 전략적 비축량을 확대할 계획을 밝힌 것은 IMF와의 협정 이후 비트코인의 중요성이 축소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을 상쇄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뉴저지 머니코프의 유진 엡스타인 북미 거래 및 구조화 상품 책임자는 엘살바도르에서 가상자산의 지위 하락으로 인한 “부정적인 타격에 대응하려는 방법일 수 있다”며 “IMF 거래의 규모와 조건을 고려할 때 (부켈레 대통령이) 그렇게 할 가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입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사진=AFP)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현재 약 5억9400만 달러(약 8614억원)에 달하는 5968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에 대해 발표한 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으며, 지난 17일엔 사상 최고가 10만8300달러(약 1억5710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나온 여파로 최고가에서 1만 달러(약 1451만원) 이상 떨어진 가격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IMF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재정적, 법적 위험을 경고했으나 엘살바도르는 지금까지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달 비트코인 관련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엘살바도르를 디지털 화폐 허브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공유했으며, 비트코인을 통해 국제적 투자 유치와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인 ‘비트코인 비치’와 같은 곳에서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게 하는 등 비트코인의 경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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