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250km 스텔스 기능 '스톰섀도', 러시아 본토 첫 타격…왜?

美 에이태큼스 이어 영국산 스톰섀도 발사 허용
우크라, 드론 대응 한계…러시아 기지 공격 필요성 대두
러시아, 군 통제 어려워질 듯
재고 부족에 전세 역전은 ‘글쎄’
  • 등록 2024-11-21 오전 11:57:07

    수정 2024-11-21 오후 5:21:55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산 미사일에 이어 영국에서 받은 유럽산 순항 미사일로 본토 공격에 나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신속한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긴급 조치를 쏟아내는 가운데 영국도 사거리 250㎞인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 의 러시아 본토 발사를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스톰섀도는 벙커와 탄약고를 뚫는데 이상적인 무기로 손꼽히지만, 재고가 넉넉치않아 궁극적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8년 영국 런던 남서쪽 판버러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한 군인이 스톰섀도 미사일을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美 에이태큼스 이어 영국산 스톰섀도 발사 허용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의 목표물에 대해 처음으로 장거리 스톰섀도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의 러시아 전쟁 관련 통신원들 계정에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타격하는 영상이 게시됐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선 쿠르스크 지역에 최대 12발이 발사됐다는 소식과 함께 ‘스톰섀도’ 라고 새겨진 파편이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이 올라왔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탄도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하자 영국도 뒤따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전투기에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서방 주요국 중 처음으로 스톰섀도를 지원했다. 다만 최대 사거리 560㎞ 대신 250㎞미사일을 보냈다.

스톰섀도는 스텔스 기능을 갖춰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낮은 고도로 비행해 방공망을 피할 수 있다. 전투기에서 발사된 후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고 낙하해 폭발력이 높은 탄두를 폭발시킨다. 이 때문에 벙커와 탄약고를 뚫는 데 이상적인 무기로 평가받는다. 다만 미사일 한 대당 가격이 100만달러(약 13억9800만원)로 비싸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방공만을 교란하기 위해 무인기(드론)를 먼저 보내고 스톰섀도를 발사한다.

드론 대응 한계…러시아 기지 공격 필요성 대두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에 이어 스톰섀도까지 투입한 건 드론 공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거리 드론은 러시아군의 방심을 틈타 본토 내부 수백 킬로미터까지 도달할 수 있지만 탑재할 수 있는 폭발물이 제한적이고, 대부분 탐지·요격 경우가 많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까지 합류한 러시아의 반격을 막아내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또 러시아 내부에서 발사해 우크라이나 내부 주요 군사시설, 병원 등을 파괴하고 있는 러시아의 미사일과 활공폭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 전투 기지 공격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스톰섀도가 러시아에 대한 공격과 방어에서 큰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서방에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요청해왔고, 이에 러시아도 폭격기와 미사일, 군사 인프라 일부를 스톰섀도 사정권 밖으로 이동시킨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스톰섀도의 사정권 안에 있는 러시아 기지가 약 225개에 달한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되면, 러시아가 최전선으로 출격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늘고 군수, 지휘 통제와 항공 지원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매튜 새빌 군사학 책임자는 “스톰섀도 투입이 방공망 위치 선정에 있어 러시아에 딜레마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드론이 더 쉽게 통과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인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가 지난해 6월 파리 에어쇼에서 선보인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러시아, 군 통제 어려워질 듯…재고 부족에 전세 역전은 ‘글쎄’

다만 전문가들은 스톰섀도 장거리 발사 승인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어렵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는 미사일이 많지 않고, 영국 역시 줄 수 있는 미사일이 거의 없다.

미 국방부는 이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7500만 달러의 군사 원조를 발표했다. 미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을 두 달 남기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대출 47억 달러를 탕감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에 대인 지뢰를 제공하고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은 매설한 장소를 기록하는 등 책임감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이 멈추는 지뢰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스톰섀도 사용을 허가했느냐는 질문에 침묵했다. 다만 키어 스타머 총리는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스톰섀도 사용 승인을 시사한 바 있다.

BBC는 “영국 정부는 미국의 정책을 따르며 우크라이나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대로 미사일을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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