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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카카오 계열사 임직원에게 남긴 사내 공지를 통해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의 사내 공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40분 동안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진행된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지된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를 둘러싼 최근 논란으로 인해 직원들의 간담회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직원 2200명이 현장 간담회를 신청했고 장소 제약으로 인해 400명이 선착순으로 간담회장을 채웠다. 온라인으로 간담회를 지켜본 직원들도 1800명에 달했다. 김 위원장의 직원 간담회는 2021년 2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고자 했으나 지금은 카카오가 좋은 기업인지조차 의심받고 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 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된 데 대해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실리콘밸리식 성공방식, 이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는 최근 사회적 비난에 대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돈은 어떻게 버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우리가 불과 몇 년 사이에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지금의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이 된 카카오에게 더 이상 이 같은 성공방식은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성장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그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자산 규모로는 재계 서열 15위인 대기업인 우리는 그동안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를 맞춰오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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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과도한 스톡옵션 및 자율경영 체제 폐지 예고
경영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언급했다. 그동안 사내외의 비판을 받았던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스톡옵션은 물론, 대기업의 몸집에 맞지 않는 계열사 자율경영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계열사마다 성장 속도가 다른 상황에서 일괄적인 자율경영 방식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투자와 스톡옵션과 전적인 위임을 통해 계열사 성장을 이끌었던 방식에도 이별을 고해야 한다”며 “부분적 개선과 개편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은 계열사 자율 경영이 아닌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느슨한 자율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카카오로 가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심력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대기업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수평적 기업문화’ 역시 재검토를 암시했다. 그는 “‘문화가 일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은 없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맞은 우리만의 문화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영어이름 사용, 정보 공유와 수평문화 등까지 원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경영진에 대한 인적쇄신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2024년부터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쇄신의 진행상황과 내용은 크루들에게도 공유하겠다”며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기에 지체하지 않고 새로운 카카오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이 힘든 과정은 언젠가 돌아보면 카카오가 한 단계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모바일 시대에 사랑받았던 카카오가 AI 시대에도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