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권 포기` 승부수 던진 이재명 "백번이라도 내 발로 출석"(종합)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불체포권 포기` 깜짝 선언
결자해지나선 李, 당 혁신 기구 힘 실어주나
與 "영장 기각될 가능성 커 출석하겠다는 것"
李 "尹정부, 민생·경제·정치·외교·안보 포기정권"
  • 등록 2023-06-19 오후 4:26:14

    수정 2023-06-19 오후 7:31:47

[이데일리 이상원 박기주 이유림 이수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깜짝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방탄 프레임이 지속되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호(號)에 닥친 ‘도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이 대표의 결단으로도 풀이된다. 조만간 출범할 당 혁신기구에도 힘을 실어주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아울러 이 대표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에 비판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李 “100번이라도 영장청구 시…내 발로 출석”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말미에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검찰이 10번이 아니라 100번이라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사전에 언론에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으로 대표연설 직전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고심 끝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자신들의 무능과 비리는 숨기고 오직 상대에게만 ‘사정 칼날’을 휘두르며 방탄 프레임에 가두는 것이 집권여당의 유일한 전략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며 “체포동의안으로 민주당의 갈등과 균열을 노리는데 이제 그 빌미마저 주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작심 발언에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갈렸다. 민주당은 박수갈채를 쏟아냈고, 국민의힘은 야유를 보냈다. 여당에서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자 이 대표는 연설을 잠시 멈추고 여당 의원들을 향해 눈을 흘기기도 했다.

이 대표의 결단을 두고 비명(非이재명)계에서도 화답했다. 한 수도권의 비명계 의원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먼저 공개적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본인을 위한 일이라지만 지금으로선 민주당 전체를 위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도 “교섭단체 연설이긴 했지만 결국 비명계를 향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월 추가 체포동의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격 태세를 갖춘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지금 검찰의 행태로 봐선 7월쯤 또다시 백현동 건으로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수도 있다”며 “또다시 방탄 논란이 이어질 텐데 당내·외 비판이 쏟아지기 전 이 대표가 먼저 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한 배경을 묻는 말에 “정쟁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되고, 당이나 정치의 집단들의 이익이 아니라 민생과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할 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이런 문제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발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말로 할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 좋겠다”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민주당 사람들을 다시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연일 각을 세웠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에 대해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에 따라 그 절차 내에서 행동하겠다는 말은 기존에 했던 말보단 좋은 얘기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어떻게 그걸 실천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국민과 똑같이 형사사법시스템 내에서 자기 방어를 하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으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尹 정부 1년’ 질타 “5포(抛) 정권, 국민포기 정권“

이 대표는 1만여 자 분량 연설의 절반을 ‘윤석열 정부 1년’ 비판에 할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며 민생·경제·정치·외교·안전 등에 대한 분야를 나눠 조목조목 대(對)정부 직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민이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한마디로 5포(抛) 정권, 국민포기 정권”이라고 질책했다.

특히 이 대표는 민생·경제 위기와 관련해 35조원 규모의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 의지를 거듭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물가지원금(11조원) △주거안정 지원금(7조원) △사회간접자본 인프라 구축(4조4000억원) 등 추경 항목별 소요예산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미국에 편향된 외교로 대중(對中) 관계가 악화된 것을 우려하며 외교정책 전반의 수정을 요청했다. 이 대표는 “외교는 진영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이자 생존 문제”라며 “한미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위해 중국과의 공급망 협력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도 함께할 일이 많다”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전략적 자율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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