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연말로 갈수록 건설 경기가 더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 등에 공사 수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지방 미분양으로 공사대금 수금마저 어렵다는 건설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 일러스트=챗GPT 4.o, 달리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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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1월 건설경기실사지수는 37.4로 전월(36.7)보다 0.7포인트 오르며 소폭 개선됐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위기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건설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100보다 아래면 그 반대를 의미하는데 해당 지수는 100을 하회한 적이 많았다. 최근 5년간 건설경기실사지수 평균은 68.6에 불과하다.
특히 건설사들은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공사수주 경기실사지수는 원도급 수주가 전월 46.4에서 39.9으로 6.5포인트나 하락했다. 하도급 수주는 41.0에서 39.3으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은 경영애로사항으로 발주물량 감소, 불충분한 공사비 반영, 생산체계 개편으로 불법하도급 우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소규모 공사수주 곤란, 기능인력과 자재수급 난항, 수도권에 치우진 정부 정책 등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공사의 발주 감소를 비롯한 수주 감소가 줄곧 제기되고 있다”며 “전문건설공사의 수주 경쟁이 심화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짚었다.
| 출처: 대한건설정책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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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공공공사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내년에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의 SOC 예산은 2022년 2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후 작년 25조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다 올해 26조 4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듯 했으나 내년에는 25조 4000억원으로 다시 쪼그라든다. 가뜩이나 건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SOC 수주 물량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에선 미분양이 쌓이면서 공사대금을 수금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업체들도 다수 등장했다. 공사대금수금 경기실사지수는 57.8에서 55.2로 2.6포인트 하락했다. 자금 조달 경기실사지수도 56.0에서 55.8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이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에선 자금조달의 어려움보다 공사수주 자체에 대한 응답업체들의 위기감이 더욱 크게 부각됐다”고 짚었다. 공사가 거의 끝난 곳에선 제대로 수금이 안 되는데 신규 수주까지 줄어들면서 건설업계에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달 발표한 11월 건설경기실사실적지수에서도 드러난다. 11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는 66.9로 4.0포인트 하락했다. 신규수주와 공사기성 지수가 각각 63.8, 77.3으로 0.9포인트, 2.8포인트 하락했다. 신규수주 지수 중 비주택건축지수는 54.6으로 1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공사대수금 지수도 7.0포인트 하락한 78.3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