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김경은 기자] 동네 빵집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대기업 빵집 출점규제가 일부 완화된다. 신규 출점 가능 점포 수를 기존 2%에서 5%까지 늘리고 출점 제한 거리를 기존 500m에서 400m로 줄이는 게 골자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제과점 수를 크게 늘리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경선(왼쪽부터) 더본코리아 전무, 김성한 파리크라상 대표,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마옥천 대한제과협회 회장, 김찬호 CJ푸드빌 대표. (사진=동반성장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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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골목 상권 진출을 제한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을 2029년 8월6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신세계푸드, 이랜드이츠,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에 이어 신규로 더본코리아의 빽다방 빵연구소가 참여한다.
협약에 따르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5% 이내 범위에서 새로 매장을 열 수 있다. 기존에는 2%까지만 출점이 가능했다. 대기업이 신규 출점 시 중소 제과점과 지켜야 하는 거리 제한은 종전 500m(수도권 기준)에서 400m로 바뀌었다. 그 외 지역은 현행대로 500m를 지켜야 한다.
동반위는 2013년 제과점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시작으로 2019년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이어지는 동안 사업체 수가 1만 3577개에서 2만 8070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5인 미만 영세 소상공인의 매출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기간 소상공인 매출액은 1조 4936억원에서 3조 2121억원 수준으로 약 214% 가량 증가했다.
중소 빵집이 늘어나면서 지역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등 하나의 문화가 확산하고 대기업은 제빵 기술력과 체계화된 매장운영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해 K베이커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영교 동반성장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며 “업종 내 동반성장은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안이다. 대기업과 제과업체는 경쟁자인 동시에 다양성을 확보해 업계를 성장시키는 축으로 동반성장에 공감대를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김찬호 CJ푸드빌 대표는 “뚜레쥬르의 매장 수는 지난 10년간 1300개를 유지하고 있다. 상생협약이 성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규제완화를 통해 추가출점의 여지가 생겨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뚜레쥬르 점주들도 소상공인인데 성장이 멈춘 동안 점포수를 늘리고 브랜드 홍보를 강화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규제완화를 계기로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소상공인들을 돕고 기술 개발을 통해 해외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규제완화는 긍정적이지만 달라진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편의점, 대형마트, 일반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제과점 수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소비 행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점제한 거리가 100m 완화됐다고 해서 매장수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년간 적용한 출점 제한이 다른 업종보다 유독 제과점업에 강하게 적용을 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