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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은 이날 한국은행 출입기자를 상대로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2~3분기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할 경우 금리 인하 논의가 빨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2%목표로 가고 있는 게 확실하면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지만 개인적으로 피봇(Pivot, 정책 전환)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빠르게 떨어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근원물가를 좀 더 볼 필요가 있다”며 “3월이 되면 물가상승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지, 트렌드가 바뀌는 정보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2월 물가지표까지 봐서는) 근원물가가 떨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3월까지 데이터를 봐야 한다”며 “물가목표제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하지만 당분간은 근원물가가 더 중요하다”며 “비근원 물가가 많이 떨어져줄까를 생각해 보면 예전처럼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통화정책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재작년 8월부터 금리를 올렸는데 시장금리도 같이 따라 올랐다.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생각 안 한다”며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은 한은이 금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금융안정 우려를 덜어주고 물가만 생각할 수 있게 해줘 상호보완적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업은 지급결제 서비스처럼 인가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금리를 너무 높게 산정하는 측면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개입할 근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SVB 사태에 대해 “얼핏 보면 안전자산인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투자해서 은행이 망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은행을 전공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놓쳤다”며 “은행은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바꾸는 기관인데 이러한 위험에 대해 이자율 헷지를 하지 않는 등 너무 교과서적인 원칙들을 놓쳤다. 또 시그니처 은행에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를 만들었던) 도드-프랭크법의 프랭크가 이사로 들어가 로비를 통해 규제에서 빠지려는 노력을 한 정황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생길 것 같다”며 “예금보험 한도 이상으로 예금 전액을 보호하다보니 구제금융 아닌 구제금융이 됐다. 미국에선 시스템 리스크에 한정해 이러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있다. 또 미국은 예금보험공사 등에서 은행 이사들의 보수를 회수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