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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삶은 기구했다. 이씨는 출생 때부터 부모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이씨의 첫 세상은 부모의 품이 아닌 보육원이었다. 부모님을 비롯해 일가친척 모두가 사망했으며, 맡겨진 보육원도 제대로 된 시설이 아닌 낡고 허름한 곳이었다. ‘출생신고’부터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주민등록’마저도 하지 못했다.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국민이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양육을 받지 못한 탓에 발달장애를 앓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아원을 나와서도 마땅한 연고지가 없었던 이씨는 어린 나이부터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긴 노숙생활을 이어간 탓에 굶주림을 극복하고자 경미한 생계형 범죄를 반복했다. 확인된 확정 범죄만 7건이다. 음식점에서 500원 동전을 7만원어치 훔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년의 실형을 받고 출소한 이씨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또 범죄를 저질렀다.
이 사건을 대리하게 된 김도윤(38·사법연수원 43기) 인천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이씨가 자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지속적인 감형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이씨의 잦은 범죄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는 등 기반이 갖춰지지 못한 채 사회에 정착하기가 힘든 현실이 그 원인으로 강력하게 작용한 것”이라며 “행위는 비난의 대상이 될지언정 그 원인까지 이씨를 탓하기는 어려울 때가 적지 않다. 재범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사회적 유대와 기반이지, 처벌을 통한 경고만으로는 효과적으로 이씨의 삶을 바꿀 수 없다”고 호소했다.
실제 이전 재판부도 이씨의 잦은 범죄를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씨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재판을 담당했던 인천지법 곽경평(54·32기) 부장판사도 당시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데에는 스스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이씨에게 최소한의 복지 혜택도 제공해 주지 못한 국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