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각]②아디다스·GE는 실패, 엔비디아는 성공한 이유

지상 강의 : '디지털 대전환' 2강 '제조업의 디지털 대변혁'
디지털 사업부 매각한 GE, 스피드 팩토리 폐쇄한 아디다스
투자비용 대비 사업 지속성,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미흡해
전문 분야부터 디지털 대전환 꾀한 엔비디아는 시총 10배↑
  • 등록 2020-09-28 오전 11:00:00

    수정 2020-09-29 오전 11:01:59

IT 전문가인 김지현 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디지털 대전환 : 제조업’ 편을 강의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이윤화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업도 디지털 대전환을 이루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특히 디지털 대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디지털 대전환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GE는 2015년 GE 소프트웨어 센터, IT, 소프트웨어, 보안 등을 통합한 디지털 사업부를 신설했고, 업계 최초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만들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공간을 컴퓨터 내에 동일하게 구현해 원하는 변화를 시뮬레이션 해보고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GE는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업(業)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하지만 4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투자에 비해 사업의 성장 속도는 느렸고 매년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GE파워를 비롯한 여러 사업부에서 발생하는 부채와 실적 문제로 2018년 디지털 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했다. 대신 GE가 소유한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프레딕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IoT 회사를 만들고 성장 돌파구 마련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현 강사는 “GE는 소프트웨어 플랫폼부터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술구축, 전력·항공·장비관리 사업 등 모든 분야를 욕심낸 탓에 개별 사업으로서의 경쟁력이 미흡했다”면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아디아스 스피드 팩토리 이미지. (사진=아디다스)
독일 기업인 아디다스 역시 지난해 말 2015년부터 운영해왔던 ‘스피드 팩토리’의 폐쇄를 발표했다. 스피드 팩토리 설립 3년 만에 공장 폐쇄를 결정하고, 기존의 공정 시스템이나 기술은 기존에 생산을 담당했던 아시아 지역 국가의 공급사에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는 사이버물리시스템(CPS)을 기반으로 한 독일형 스마트 팩토리로 2016년 독일 안스바흐, 2017년 미국 애틀랜타에 공장을 세웠다. 신발, 의류 등의 전 공정을 로봇으로 처리하는 스피드 팩토리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의 대표작으로 손꼽혀왔다. 저임금 기반의 나라에서 대량생산 하던 기존의 사업 구조를 청산하고, 수요가 많은 선진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제조 및 물류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한 로봇을 통한 생산 자동화로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줄이고 3D 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한 맞춤형 상품의 생산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연간 신발 생산량이 4억 켤레인데 비해 독일 스피드팩토리의 생산량은 1% 남짓한 50만 켤레 규모 수준에 불과했다.

김 강사는 “스피드 팩토리에 투자한 비용 대비 생산량의 한계, 일자리 감소와 같이 민감한 사회 문제와 연관해 입게 될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해봤을 때 스피드 팩토리 운영 지속 가능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생산 시스템과 기술은 향후 아디다스가 이어갈 디지털 대전환 실험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유튜브를 통해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유튜브 캡처)
반면, 컴퓨터용 그래픽 처리 장치와 멀티미디어 장치를 생산하는 미국의 엔비디아는 AI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최근 10년간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급등했다. 성공 비결은 전문성을 갖춘 분야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나가고, 디지털 기술을 어느 단계까지 갖출 수 있는지 스스로의 역량과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즉각적인 수익창출을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GPU가 전문분야인 만큼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AI 기술을 연구했다. 레이트레이싱(Ray-Tracing) 기술, AI 등을 융합해 이전 세대보다 최대 2배 빠르지만 전력 효율성은 높인 PC용 그래픽칩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500대 슈퍼컴퓨터 중 125대가 GPU 기반 시스템이며, 엔비디아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은 600개 이상에 해당한다.

또한 AI와 딥러닝,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데이터 유용성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12개 이상의 특수 가속 라이브러리로 구성한 ‘쿠다-X AI’(CUDA-X AI)를 개발했다. 쿠다-X AI는 머신러닝과 데이터 처리 기술 속도를 최대 50배 높여 준다.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모두 엔비디아의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고 차터, 페이팔, SAS, 월마트 등과도 B2B 거래를 맺고 있다. 여기에 세계 7대 시스템 제조업체인 시스코, 델EMC 등에 데이터 사이언스 가속 소프트웨어 구동에 최적화된 엔비디아 T4 서버를 공급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도요타 등 여러 자동차 제조사와의 파트너십도 구축한 상태다.

김 강사는 “그래픽카드 칩셋 제조업체인 엔비디아가 클라우드, AI 기술을 토대로 B2B 소프트웨어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부품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안정적으로 판매해 새로운 시장 창출하고 업의 전환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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