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바로 뒤에는 좁은 2차선 도로만을 두고 주택과 상가들이 줄지어 있었다. 자칫 비가 많이 오기라도 하면 물이 금방이라도 넘쳐 흘러들어오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벽을 자세히 보면, 두 번 가량 덧대어 높이를 올린 흔적도 보였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농어촌공사 인도네시아 사무소 소장을 맡았던 남호성 글로벌사업처 부장은 “자카르타는 연평균 최대 13㎝씩 가라앉고 있다. 바닷가에 올 때마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게 보인다”며 “2030년에는 자카르타 면적의 약 20%가 침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는 지반이 해수면보다 낮아지는 침수 위험에 처해있다. 새만금 대방조제, 각종 다목적 댐을 만든 농어촌 공사의 기술이 이같은 자카르타의 침하를 막을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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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침몰의 주된 원인은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다. 상·하수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자카르타는 지하수 펌프를 설치해 물을 뽑아 쓰고 있다. 원래 바다였다가, 모래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자카르타의 무른 지반이 지하수가 사라지면서 점점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침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나온 것이 ‘자카르타 대방조제’ 사업이다. 새만금 방조제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농어촌공사가 2017년부터 설계를 맡았다. 총 사업비만 92억원으로 2020년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를 마쳤다. 길이 33km, 높이 20m의 거대한 방조제를 자카르타 북부 해안 지역에 건설해 해안 침수를 막는 방식이다. 교내부에는 여의도의 4배에 달하는 1131ha 규모의 매립지를 만들어 도시개발도 추진한다.
최근 사업을 북부 자바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부 자바 해안선을 따라 약 675km의 해안제방을 건설하고, 271km 규모의 방조제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공사들이 해외에서 큰 규모의 건설 수주를 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자카르타 대방조제 건설 및 도시개발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총 20조원이다. 북부 자바로 확대하면 100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예산이 300조원 수준인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다만 농어촌 공사는 선도지구에 대한 투자비용만 마련한다면, 이후에는 도시개발부지 분양으로 얻은 수익으로 나머지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 부장은 “사업을 4개 구역으로 나눠서 재투자를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라며 “이미 관심을 갖는 한국 시공업체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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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요 시설들은 준공이 마무리가 된 댐은, 높이 62.5m, 길이 512m로 한국과는 달리 높이는 낮고 길이는 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산이 높은 한국과 달리 완만한 인도네시아 지형 때문이다. 댐 뒤편에는 널찍한 방사형 저수지가 형성돼 있었다. 댐의 저수용량은 총 1400만t으로 한국의 팔당댐 크기와 유사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3번째로 큰 규모다.
까리안 댐의 주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카르타 서부 지역 주민 400만명에게 지하수를 대체할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텐주 농경지에 관개용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저수율은 79.5% 수준이다. 완공되면 이곳에서 35km 떨어진 자카르타 서부 지역에 초당 9t 가량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최낙원 까리안댐사업소 단장은 “댐을 통해 지표수를 확보함으로써 자카르타 주민들의 지하수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후 반텐주 지역의 관광지로서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최 단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큰 댐은 흔치 않다”며 “주민들이 저녁에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경치를 즐기고, 차를 마시는 등 관광지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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