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연립·다세대·다가구 주택, 오피스텔 등에서 올해 신규 체결된 전·월세 계약 10건 중 7건은 월세 계약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고 비중이다. 2022년 말 대규모 전세 사기 후폭풍이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전세보다는 월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보증금보다 월세 가격이 더 크게 뛰고 있다.
| 서울 은평구 한 빌라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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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오피스텔의 전·월세 거래 건수는 계약 기준 24만 7547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월세 거래 건수는 17만 1989건으로 전체의 69.5%를 차지했다.
2022년 말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월세 거래 비중은 50%대로 전세와 비등했다. 2021년 6월 1일부터 주택임대차 계약 신고제가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월세 비중을 살펴보면 55.9%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올해 70%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연립·다세대·단독·다가구 주택의 올해 11월까지의 월세 거래 비중은 69.1%, 오피스텔은 70.8%로 유사했다. 그러나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올해 43.6%로 전세 사기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21년 6~12월 월세 비중 48.8%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아파트는 여전히 전세 선호도가 높은 반면 비아파트는 월세 선호도가 높은 상반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12%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경우 전세보증금 보증 가입이 현재보다 까다로워져 월세 선호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선호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글로벌 부동산 투자 회사들이 국내 주택 임대시장에 진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독특한 임대시장으로 인해 글로벌 투자사들의 주택 시장 진출이 제한됐으나 월세 수요가 확대되면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세계 3대 부동산 개발 업체 중 한 곳은 미국 하인스는 연내 서울 신촌 일대에 임대 주택을 매입, 공급할 예정이다.
정지훈 하인즈 코리아 상무는 “한국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서울 임대 주택 시장에 유망한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서울 내 1인 가구로 구성된 도시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임대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고품질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임대 주택에 대한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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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 비아파트의 월세 가격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크게 뛰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1~10월) 오피스텔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 4713만원으로 2021년(2억 1602만원) 대비 14.4% 증가한 반면 월세 보증금은 이 기간 3261만원에서 5751만원으로 무려 76.3% 급증했다. 3년새 월세 보증금이 전세 보증금 대비 5.3배 급증한 것이다. 매달 내야 하는 월세 가격도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8만원에서 80만원으로 올라 18.3% 늘어났다.
연립·다세대의 경우 전세보증금은 하락한 반면 월세 가격만 올랐다. 연립·다세대의 전세보증금은 올해 평균 2억 3051만원으로 2021년(2억 3119만원)보다 0.3% 하락했지만 월세보증금은 8845만원으로 3년 전(6193만원)보다 무려 42.8% 상승했다.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도 67만원에서 83만원으로 24.4% 올랐다. 아파트 월세 보증금이 올해 1억 9981만원으로 6.0% 하락하고 전세 보증금이 5억 6185만원으로 3.1% 오른 것과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