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CBDC 금융기관 연계실험했더니 '응답대기시간' 5배 길어져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
15개 금융기관 등 자체 비용 들여 실험 참여
금융기관간 CPU 세부 성능 차이로 '처리 능력' 편차
거래 대기열 크기·블록 구성 비중 달리하면 해결 가능
한은, 참가기관 대상 늘려 '연계실험' 지속할 예정
  • 등록 2023-05-08 오후 12:00:00

    수정 2023-05-08 오후 12:00:00

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세 번째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월과 11월 모의실험을 두 단계에 거쳐 발표했고 이번엔 금융기관 시스템과 연계해 실제에 가까운 환경에서 CBCD의 송금 및 결제 등 기능과 성능 실험을 실시했다. 응답대기시간이 모의실험 결과보다 최대 5배나 오래 걸렸다. 다만 금융기관간 CPU 성능 등을 높여 균일화하고 거래 대기열, 블록 구성 등을 조정할 경우 개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출처: 한국은행


◇ 응답대기시간 느려지고·기관 노드별 처리 능력 편차 커


8일 한은이 발표한 ‘CBDC 모의시스템 금융기관 연계실험’ 결과에 따르면 한은은 기존 단일 클라우드 환경에 구축됐던 CBDC 모의시스템을 보다 실제적인 IT시스템 운영 환경에서 점검하기 위해 크러스트를 주사업자로 하고 자발적 참여 의사를 밝힌 5개 금융기관 등을 선정해 총 사업비 12억1000만원을 들여 5개월간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기관이 준비한 연계실험용 IT시스템에 CBDC 모의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개발한 참가기관용 분산원장시스템과 은행시스템을 설치해 ‘CBDC 모의시스템’과 연결했다. 참가기관은 여건에 따라 은행 자체 내에서 구축한 IT시스템을 이용하거나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를 임차했다. 연계실험은 12개 IT센터(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3곳, 금융기관 9개)에 18개 노드(한은 1개, 가상 참가기관 2개, 금융기관 15개)로 구성됐다.

CBDC 모의시스템에서 발생된 거래는 △송금 처리 요청 △주관 노드 선정 △블록 구성△합의 순서로 처리되는데 이용자가 참가기관에 CBDC 송금을 요청하면 참가기관은 거래를 생성한 후 CBDC 모의시스템 상의 거래 대기열에 임시로 보관하게 된다. 이후 참가 노드들 중 블록 구성을 주관할 노드를 선정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블록 구성을 주관하는 노드는 거래 대기열에서 거래를 추출해 블록을 구성한다. 이후 구성된 블록을 정해진 시간 동안 다른 참가 노드들과 함께 검증·승인해 거래를 확정한다.

이런 과정에서 CBDC 기본 기능 관련 64개 주요 기능은 정상 동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능 실험에선 좀 더 높은 기술 사양이 요구돼 3개 기관이 미참여를 선언, 총 15개 노드의 분산원장 네트워크를 구성한 후 실험을 했더니 모의실험 결과보다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 5000만명을 등록한 상태에서 30분 동안 입력한 임의의 거래에 대한 처리 성능을 측정했는데 초당 1400건, 2800건, 4200건의 거래가 증가된다는 전제로 실험한 결과 모의실험에선 초당 2100건을 처리했는데 금융기관 연계실험에선 1900건으로 10% 정도 하락했다. 다만 이는 현재 월말, 급여이체일 등 전자금융공동망이 최대 피크일일 때 1200건 처리되는 것과 비교해선 높은 수준이다.

출처: 한국은행
응답대기 시간은 모의실험에선 최대(4200건 거래 증가시) 58초 걸렸는데 연계실험에선 155초가 걸려 2.7배 차이가 났다. 1400건 거래 증가에선 각각 2.9초, 14초로 4.8배나 벌어졌고 2800건 거래 증가시에는 각각 44초, 136.6초로 차이로 3.1배 벌어졌다. 외려 거래량이 증가하면 격차는 완만하게 감소했다. IT시스템 운영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참가기관별 처리 성능 차이가 발생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운영환경별 초당 처리건수가 3280건, 960건으로 큰 폭의 차이를 보였다.

유희준 한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기술1팀장은 “CPU 메모리 용량 등 최소 기술 요구 사항을 각 참가기관들에게 제시했지만 CPU 클락스, 하드웨어 스팩 등에 따라 처리 속도의 차이가 컸다”며 “스팩 요구사항을 코어 수, 메모리 크기 등으로 구체화하면 이러한 편차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동시에 접속하는 이용자 수가 1000만명으로 늘어날 경우엔 입력된 거래의 18% 정도가 즉시 처리되지 못했다. 모의 실험 대비 8%포인트 정도 성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류 발생하더라도 ‘과거 거래’ 등 복원력 우수

한은은 거래 대기열(처리 성능을 제고할 목적으로 임시로 다량의 거래를 모았다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정보 저장소)의 크기를 줄이면 응답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거래 대기열이 작아질수록 응답대기시간은 67초에서 15초로 줄어들고 시스템 처리 성능 저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블록을 생성하는 시간을 늘릴 경우에도 응답대기시간이 154초에서 104초로 줄어들었다.

한편 한은은 이번 실험을 통해 노드에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잔여 참여기관들의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존 중앙집중식 IT시스템보다 운영 복원력이 우수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오류가 발생한 기관 노드가 자동으로 여타 참여기관들을 통해 과거 거래 내역을 복원했다. 다만 중앙집중식 시스템보다 문제 해결 방식, 담당자 간 의사소통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응답이 있었다. 실제 운영에선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수립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한은은 올해도 참가기관의 대상을 확대해 연계실험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참가기관들이 개발한 스마트 계약을 ‘CBDC 모의시스템’상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한은은 현재까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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