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적쇄신 신호탄…48세 여성 정신아 대표 내정(종합)

"새 리더십 세울 것" 김범수 발언 이틀 만에 전격 인사
카카오벤처스 당근·두나무 등 성공투자 이끌며 능력 발휘
김범수 신뢰속 쇄신 작업도 참여…"무거운 책임감" 느껴
그룹 차원의 책임 경영체제 속 계열사 경영도 관여할 듯
홍은택(60), 김성수(61) 등 60대 경영진 퇴진 예상
  • 등록 2023-12-13 오후 12:57:34

    수정 2023-12-13 오후 7:05:41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카카오가 새 대표이사로 40대 여성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내정했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임직원들에게 인적쇄신 의지를 강력한 피력한 지 이틀만이다. 다음과의 합병 이후 줄곧 이어온 남성 공동대표 2명 체제를 과감히 탈피해 40대 여성 단독 체제를 구축하며 경영쇄신을 본격화했다.

카카오는 13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CA협의체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정 내정자는 내년 3월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돼 본격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게 된다.

카카오의 새 대표 내정은 김범수 위원장이 지난 11일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며 강력한 인적쇄신 의지를 밝힌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 대표 내정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인적쇄신을 포함한 계열사 CEO 교체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내정은 그동안의 카카오의 행보를 고려할 때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는 설립 이후 줄곧 남성 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15년 당시 35세였던 임지훈 당시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선임하기도 했으나, 여성 단독 대표체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BCG·네이버 거쳐 2014년 카카오 합류…IT 생태계 기여

카카오는 정 내정자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과감한 혁신이 요구되는 현재의 카카오의 상황에서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내정자가 IT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을 고려했다.

정신아 내정자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한 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이사를 맡았다. 인공지능(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해 왔다.

카카오벤처스 합류 후 두나무, 당근(구 당근마켓), 한국신용데이터, 루닛 등에 대한 성공적 투자를 이끌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10여 년간 벤처캐피탈(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고 커머스·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0일 열린 카카오 비상경영회의에 참석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우측)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자(왼쪽). 사진 가운데는 홍은택 현 카카오 대표이사. (사진=카카오)


카카오 내부에선 정 내정자가 카카오의 기업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통한다. 김범수 위원장도 정 내정자가 ‘카카오벤처스의 투자가 카카오 그룹 비즈니스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보여준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카카오가 경영쇄신을 위해 지난 9월 꾸린 CA협의체에서도 사업부문 총괄을 맡고 있고,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 역할도 하고 있다.

내년 3월 공식 취임 전 경영쇄신 작업 주도

정 내정자는 공식 취임 이전이지만 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서 쇄신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길 예정이다. 그는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현재의 카카오에 대한 쇄신 작업을 강도 높게 추진해 다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되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경영쇄신 방향은 명확하다. 김범수 위원장이 임직원들에게 밝힌 대로 카카오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들의 자율경영 체제를 그룹 차원의 책임 경영 체제로 바꾸기로 한 만큼, 정 내정자가 계열사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모두 관여하게 될 전망이다.

다양한 사업영역에 뻗어있는 100개가 넘는 계열사들의 정리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67개(2022년 말 기준)에 달하는 계열사 수가 사회적 지탄의 주된 이유가 됐던 점을 감안해 기존의 확장 중심의 경영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술과 핵심 사업 위주로 카카오 경영전략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타트업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느슨한 기업 문화 역시 대대적으로 변화를 주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 내정자는 이와 함께 경영쇄신 작업 외에도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 확보와 AI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정신아 내정자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카카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카카오 안팎에서는 홍은택(60)카카오 대표, 김성수(61)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등 60대 경영자들이 카카오의 경영쇄신 작업 속에서 조만간 퇴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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