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특성화 필요

실무 중심의 석사 양성과 연구 중심의 박사 양성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 인사이트(Insight) 337호
학령인구 감소 대응 차원
  • 등록 2025-01-07 오전 10:08:26

    수정 2025-01-07 오전 10:08:2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학령 감소에 대응하고 대학원을 연구와 인력 양성의 선도적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무 중심의 석사 양성과 연구 중심의 박사 양성을 투트랙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기범 선임연구위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윤지웅)은 대학의 우수한 연구 성과와 인재 육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급격한 인구 감소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로 대학원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며, 대학 R&D 지원의 구조적 문제 분석을 통해 이공계 대학원 혁신의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한 「STEPI 인사이트(Insight)」 제337호를 발간했다.

보고서 저자인 박기범 선임연구위원(시스템혁신실)은 “인구 감소에 앞서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 대기업 취업 선호 등 여러 요인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공계 대학원은 심각한 질적·양적 위기에 직면해왔다”라며 “대학 R&D 지원 구조의 특성에 따라 교원의 부담이 가중되고, 대학원생의 안정적인 인건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학 간 서열화와 획일화 등 비효율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공계 대학원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이공계 대학원 혁신 방안’이란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가의 연구개발사업은 대부분 대학이나 학과가 아닌 개인 단위에서 지원되며, 일반 재정지원이 없이 경쟁 방식으로만 투자되므로 교원 개인의 연구비 확보 부담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학 연구실 운영에서는 연구비가 먼저 결정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과제 수행이 정해지면 연구비는 하나의 연구실 계정으로 통합 운영되는 구조로, 연구실에서 창출하는 성과와 개별 과제의 연관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의 R&D 예산과 연구개발 인력 규모를 국가 전체 혁신체제 내에서의 비중으로 보면, 서울대, KAIST 등 연구 중심 대학이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국내 최우수 대학들도 세계 상위권 대학들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어 세계적 경쟁력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한 우리 대학의 연구 비중이 절대적이라 교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주며, 교원 대비 대학원생이 많아 연구비 확대 요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대학의 재정이 부족한 가운데, 연구 실적이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작용해 대학 특성화가 어려운 상황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이공계 대학원의 여건과 역량에 따라 석사 양성 중심과 박사 양성 중심으로 대학원을 특성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석사 중심 대학원은 실무 및 현장 중심의 인력 배출을 목표로 교육과 R&D를 지원하고, 박사 중심 대학원은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는 연구 중심 대학과 지역 거점, 연구 분야별 특화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 및 중소형 대학원은 박사과정보다는 석사과정 중심으로 운영하고,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한 R&D 및 산학협력 지원을 통해 지역 혁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고등교육 재정지원과 대학 R&D 지원의 연계 및 재구조화 ▲대학 단위 지원을 위한 「대학원 특성화 사업」 추진 등을 이공계 대학원 혁신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기범 선임연구위원은 “교수-석박사 대학원생-지원인력으로 구성된 교원 연구실을 기본 단위로 하는 현재의 대학 R&D 체제는 지속이 어렵다”면서 “국가적 현안 과제 해결과 미래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및 교원의 연구·교육 역량 강화와 대학원생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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