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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과잉생산된 쌀에 대한 시장격리 의무화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만성적인 쌀 수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결국 수요에 맞는 쌀농사 정상화를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시장격리는 유동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쌀 재배면적 감소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전한영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2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과잉생산된 쌀에 대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할 경우 공급과잉 구조를 심화시키며, 시장격리가 점차 늘어나게 될 경우의 재정 부담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현행법상 정부는 쌀 생산량이 예상 수요량의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 대비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 한도 내에서 쌀을 매입할 수 있다. 정부가 초과 생산량 중 얼마를 사들일지에 대해 재량권이 있지만 개정안은 재량권을 없애고 초과 생산된 쌀 매입을 의무화했다.
다만 매년 20만톤 수준의 공급 과잉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가 쌀값을 정상화하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식습관이 바뀌고 소비품목이 다양해지면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0년 72.8kg 수준에서 작년 기준 56.9kg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최근 10년간 연간 평균으로 보면 쌀 생산량은 0.7% 줄어든 반면, 소비량은 1.4% 가량 더 크게 감소하며 구조적인 공급 과잉 상황이다.
정부는 쌀값 변동성이 크고 필요할때 시장격리에 나설 수 있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것은 결국 구조적 공급과잉 상황의 쌀농업 정상화를 지연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전 정책관은 “정부가 초과생산량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장격리하겠다는 것은 벼를 계속 심으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쌀값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또 쌀을 심게 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 부담도 문제다. 올해 기준 정부가 쌀 1만톤을 매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230억원 수준이다. 올해 총 50만톤 가량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데 이를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1조 1500억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현재 쌀 수급안정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2조 3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쌀값 폭락에 대해선 유동적인 시장격리 등 단기적인 대책으로 대응해 가면서도 중장기적으론 쌀 재배면적 감소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쌀 농업을 정상화해야 한단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통상 10월에 발표했던 것보다 앞당겨 오는 25일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책에는 올해 수확분 쌀에 대한 시장격리 물량 계획 규모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쌀값 안정 방안으로 내년부터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에 들어간다. 논에 벼대신 콩, 밀, 가루쌀 등 대체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직불금을 지원해 벼 재배면적은 줄이는 한편 대체 작물 생산은 늘리겠단 구상이다. 내년 예산안에 이같은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으로 720억원이 편성됐다.
전 정책관은 “지난 2018~2020년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했지만 쌀농가 입장에선 한시적 사업으로 언제 지원이 끊길지 몰라 타작물 재배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타작물 재배 사업을 직불제 체제 안으로 끌고와 지속성을 담보해 사업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