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애플이 연내 출시할 것으로 전망되는 ‘MR(혼합현실·현실과 가상세계 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기술) 헤드셋’에 대해 애플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시를 서둘렀다가 매출 부진 등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애플 MR 헤드셋 예상 이미지. (사진=애플 인사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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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전·현직 애플 직원을 인용해 애플 내부에서 MR 헤드셋의 시장성과 실용성, 가격에 대한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MR 헤드셋 사업에 대한 의문 때문에 일부 직원이 관련 프로젝트에서 이탈했다고도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도 디자인팀이 MR 헤드셋 출시를 미루자고 주장했으나 경영진이 기존 일정을 밀어붙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애플은 MR·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이탈리아 나폴리 프리드리히2세대학 강연에서 “요즘 ‘(옛날 사람들은) 인터넷 없이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해하는 것처럼 (머지 않은 미래엔) ‘증강현실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R 헤드셋은 애플이 MR·AR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선두주자로 내세운 제품이다. 올 6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격은 3000달러(약 389만원)로 알려졌다.
애플 내부에서 MR 헤드셋에 대한 우려가 확산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시장의 수익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NPD에 따르면 지난해 VR·MR·AR 헤드셋 시장 매출은 11억달러(약 1조4300억원)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메타(페이스북)도 최근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타에서 AR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지난해 137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이 때문에 메타는 프리미엄 VR 제품인 퀘스트 프로 가격을 1500달러(약 194만원)에서 1000달러(129만원)로 낮췄다. 애플의 MR 헤드셋은 세 배나 비싸 기대만클 팔릴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카롤리나 밀라네시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뛰어들어 그 시장을 변화시키는 데 능숙하다”며 “VR이나 XR(확장현실)은 이런 경우가 아니다. 아직 (애플이) 배울 게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