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집행 문제라고 항변했지만, 결과적으로 선거 캠페인 중 ‘장벽을 건설(Build That Wall)’을 핵심으로 삼았던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강경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존 공약을 뒤집는 결정을 한 것은 불법 이민 문제가 손 쓸 수 없이 급증하자 극단 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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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토안보부는 5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밸리에 추가적인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26개 연방법 적용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국경 장벽 건설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애용됐던 정책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행정 조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임기 내 추가적인 국경 장벽 건설은 없다고 지난 대선부터 공언해 온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CNN은 지적했다. 실제 2021년 1월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은 “더는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국경 장벽 건설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이미 투입된 모든 자원을 재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경 장벽 추가 건설과 관련한 비용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2019년 회계연도에 충당한 예산에서 집행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예산은 올해 안에 사용돼야 한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에서 “의회에 이 자금의 철회를 반복해서 요청했지만, 의회를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우리는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경 장벽과 관련한 새 행정부의 정책은 없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첫날부터 국경 장벽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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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를 주장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가 자주 말했듯이 수천 년 동안 한결같이 작동한 것은 바퀴와 벽 두 가지뿐”이라며 “바이든이 움직이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에 대해 나와 미국에 사과할 것이냐”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 조치에 대해 “후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불법 이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회계연도 동안 리오그란데 밸리에만 24만5000명의 불법 이민자가 유입됐다.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에서 “현재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 부근에 물리적인 장벽을 건설해야 할 긴급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이날 그간 베네수엘라의 인권 상황 등을 감안해 보류돼 온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만 약 5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 들어 왔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