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상옥 시인, 인류사 시적 담론 추적하다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 출간
시단서 보기드문 ''장시'' 인상적
"낯선 秘義 상자, 신기 경험할 것"
  • 등록 2025-01-13 오전 9:38:30

    수정 2025-01-13 오전 9:38:30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디카시(디지털카메라와 시의 합성어)의 대부로 꼽히는 이상옥 시인의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여우난골)가 시인수첩 시인선 91번으로 출간됐다.

이번 장시집은 월간 ‘시문학’ 2017년 6월호부터 ‘휴먼 히스토리아’라는 제목으로 수 년간 연재한 인류의 시작부터 예수 탄생 직전의 기원 전(Before Christ, BC) 부분을 묶은 것이다. 편편마다 상상력의 장대함이 응축돼 있다.

휴먼 히스토리아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역사 속에 깃든 인류의 이야기다. 이야기와 역사는 한 뿌리라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시집은 기존 한국시단에서 보기 드문 ‘장시’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BC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인류사의 극적 순간을 표상하는 인물·사건·신화 등의 시적 담론을 추적하며, 웅장한 서사적 흐름을 선보이고 있다.

서시 격인 ‘빅뱅 혹은’ 작품은 우주의 신비로운 탄생에 집중한다. “무한한 밀도와 질량의 / 한 점으로 뭉쳐 / 백억 년 전의 대폭발 / 신의 손가락으로 튕겼을 법한 / 우주는 /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대폭발과 함께 시작한 우주는 ‘지구’라는 행성으로 응축되고, 인류는 장대한 신화적 역사 위에 선다.

문학평론가 김종태는 “이상옥 시인은 낙원을 잃어버린 자의 회한과 절망을 상징적 기호로 표상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시가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낯선 비의(秘義)의 상자를 열어보는 황홀한 설렘과 오롯한 놀라움을 감격의 신기(神氣) 속에서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상옥 시인은 1957년 고성에서 태어나 1989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하늘 저울’ 등, 이론서 ‘시창작 입문’·‘디카시 창작 입문’ 등을 펴냈다. 유심작품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창신대 문덕수문학관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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