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통3사가 공시한 전환지원금은 13만원에 그쳤죠. KT가 최대 13만원으로 가장 높게 설정했고, SK텔레콤이 최대 12만원, LG유플러스가 최대 10만원으로 했습니다.
그나마 번호이동을 하면서 최대로 지원금을 받으려면 월 1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요금제에 최소 6개월 이상 가입해야 합니다. 국민 1인당5G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7.9GB인데,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주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번호 이동하면 50만원 더 준다”는 소문을 듣고 휴대전화 유통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실망했다고 합니다. 유통점 상인들도 “50만원은 택도 없다”며 기대가 부풀려졌음을 인정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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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생긴 전환지원금 제도에 혜택을 본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대다수는 현재 사용 중인 것보다 훨씬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에 망설였다고 합니다.
이런 혼란은 예상된 일이었죠. 전환지원금 50만원은 의무가 아닌 허용 범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스쳐 지나기 어려운 이유는 준비 부족으로 혼란이 커진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근거(계산식)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전환지원금’ 허용치를 60만원도 아닌 40만원도 아닌 50만원으로 결정했으며, 통신사가 번호이동 고객에 대한 기대 수익을 고려해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해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한 셈이 됐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VIP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죠.
과일값이 폭등하고 유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가계통신비를 낮추려는 정부의 노력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단말기 값과 통신비를 낮추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력 있는 통신3사가 남의 가입자를 빼앗기 위해 전환지원금을 늘리면 요금이 30% 이상 저렴한 알뜰폰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환지원금 확대를 요구하면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요하거나, 일부 모델과 일부 성지점에 집중될 게 뻔합니다. 이번에 전환지원금이 한도(50만원)에 한참 못 미치쳤던 걸 보면, 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통신사와 제조사뿐 아니라 알뜰폰과 중고폰, 자급제폰 등 통신시장 생태계를 고려한 종합적인 가계통신비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무엇이 최우선 순위인지 파악한 뒤 정책 간 엇박자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뒤죽박죽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