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 탄 5만원권]④신권발행·세제개편·화폐개혁…환수전략 제각각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경제 가속화 시대
5만원권 환수율 더욱 하락할 여지 충분히 있어
신권발행·세제개혁에 리디노미네이션까지 논의
  • 등록 2021-12-12 오후 3:52:09

    수정 2021-12-13 오전 7:29:29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5만원권의 환수율이 10%대로 떨어지면서 은행권 전체 환수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이를 높이기 위해 신권 발행부터 세금제도 개편, 기존 화폐의 액면가치를 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까지 다양한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법이 경제 부작용이 적고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사진=한국은행


한은 측은 5만원권 환수율이 하락한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서비스 수요가 급감한 것을 꼽으면서 팬데믹 이후에는 차츰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 발행액이 빠르게 증가한 것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경제주체들의 위험인식이 커지면서 현금 자산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전 세계적 현상이며, 실물경제에서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금리 인상기에 화폐를 가지고 있으면 손해이기 때문에 은행으로 돌아오는 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디지털 경제 시대로의 가속화, 한은의 CBDC 발행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 효과에만 기대기에는 환수율을 끌어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단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세 당국이 개인의 자산과 소비 동향까지 더 분석하기 편리해지는 과정에서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다시(Re)’와 ‘화폐액면 단위 절하(Denomination)’의 합성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자산이 2경2000조나 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화폐단위가 커졌다. 가계와 기업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환수율은 점차 줄어들었는데 리디노미네이션을 통해 지하경제 양성화뿐만 아니라 내수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경제로 가면서 그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리디노미네이션은 너무 과격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위가 낮아지면서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불안한 심리가 조성되면 화폐보단 실물자산에 투자하려는 반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른 현물의 폭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10억원 아파트가 100만원이 된다고 하면 화폐의 단위만 바뀐 것일 뿐 가치는 그대로이나 더 싸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10억원 수준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100만원의 가치가 된다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환수율이 저조한 것이 지하경제 문제라면 보다 근원적 해결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화폐 단위 조정이 아니라 합리적인 세제 개편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수율은 5만원권의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보단 그동안 세금이나 코로나 등 각종 이슈 때문에 현금 거래 이후 돈이 잠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것 없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하면 경제 시스템만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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