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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인 전모씨는 지난 9일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이 대표가 연루된 ‘GH 합숙소 의혹’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 의혹과 연관된 인물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사실을 들은 이 대표는 대선 기간부터 있었던 다른 사례와 달리 강한 단어를 사용하며 검찰 수사에 분노를 표했고, 약 7시간을 대기하면서까지 전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표는 빈소를 찾기 전 공개회의에서 “수사 당하는 게 내 잘못인가. 주변을 먼지 털 듯 털고 주변에 주변에 주변까지 털어대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나. 그야말로 광기다.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 대표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 대표의 측근이 계속해서 사망하는 것과 관련해 이 대표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전씨의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부담의 크기는 커지고 있다.
전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이재명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비이재명계)의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대목에서 이 대표로서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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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으로 위기에 직면한 이 대표는 쌍특검 등을 통해 대여 공세를 펴 국면 전환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민주당은 해당 특검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의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요건(180석 이상) 충족을 위해 꼭 필요한 정의당과의 협상이 아직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의 세부 수사 대상 및 특검 임명 방법뿐만 아니라 정의당에서는 패스트트랙이 아닌 여야 합의를 거쳐 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절차를 밟아야 제대로 된 특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주말 집회에서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이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 노골적인 야유와 폭언을 쏟아내는 등 두 정당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의당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민생’은 이번 국회에서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은 이번 3월 국회에서 소상공인 임대료 및 에너지 지원법 등을 논의하고, 직회부한 바 있는 양곡관리법을 처리하는 등 민생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고, 정의당의 협조도 불분명해 여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