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내세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과 관련 정치권에서 연일 뜨거운 공방전이 펼쳐지면서 신세계그룹을 향한 뜻밖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공약이 지난 2015년 광주 내 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전례가 있는 신세계그룹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인데, 신세계그룹은 일단 기대감보다는 행여 정쟁에 휘말릴까 불안감이 더 큰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을 찾아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돌연 국민들의 이목이 신세계그룹을 향했다. 광주에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은 물론 롯데백화점과 NC백화점 등이 터를 잡고 있지만 유독 신세계그룹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과거 자회사 광주신세계가 지역 내 대규모 복합시설 유치에 나섰던 인연 때문으로 풀이된다.
| ▲2017년 광주신세계가 기존 계획을 축소해 광주시에 제출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조감도. (사진=광주신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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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신세계는 광주신세계백화점 인근에 호텔과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지난 2015년 추진했다. 당시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와 함께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등으로 지역 내 복합시설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 인근 상인회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을(乙)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까지 나서 개발백지화 요구 공문을 보내 광주시와 신세계를 압박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2017년 2월 기존 계획을 축소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계획 변경안’을 광주시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불발됐다.
당시 광주신세계는 ‘생산효과 1조3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6000억원, 직·간접 고용효과 9000명’을 기대효과로 제시했지만 신세계광주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시민대책위는 “자영업 점포 약 2560개가 사라지고 1만2790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대 주장을 폈었다.
| ▲‘신세계광주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시민대책위’가 2017년 2월 8일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광주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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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윤 후보 공약에 신세계그룹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으로 스타필드가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앞선 복합시설 건립 추진안에는 광주신세계는 광주종합터미널 내 임차해 들어가 있는 광주신세계백화점 리뉴얼과 함께 인근에 광주신세계가 보유한 부지 2만6634㎡ 활용이 함께 포함돼 있어서다. 해당 부지는 현재 모델하우스와 고객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현재까지 방치돼 있다. 만약 광주 내 종합쇼핑몰 유치가 현실화될 경우 이 부지를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이미 확보된 부지를 활용할 수 있고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들 대비 상권 등이 노후화된 광주 등 호남 지역에 거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설이 그리 나쁠 것은 없다. 실제로 현재 광주신세계는 광주신세계백화점 만으로도 호남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이 자리할 경우 광주 인근 1시간 이내 거리 호남 상권을 끌어안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재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통상 백화점 신규 출점 만해도 수 천억원이 필요하다. 스타필드의 경우 1조원대 이상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구호만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야구단과 W컨셉·이베이·스타벅스코리아 등 지분 인수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급 와이너리인 ‘셰이퍼빈야드’를 사들였다. 또 수원·창원 스타필드, 화성테마파크 등 사업 확장에도 대대적 투자를 잇고 있어 당장 광주 종합쇼핑몰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 사업 가능성은 불투명한 데 정쟁에 휘말릴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부담감 또한 크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광주는 민주화의 도시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특성이 있다”며 “종합쇼핑몰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새로운 여러 사업들이 좀처럼 진입하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 대기업 어느 곳이든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 지역 거점이 메리트가 있다는 점은 알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기업 이름이 거론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