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야권이 과반 확보하며 승리…군정 종식은 미지수

징병제·왕실모독죄 폐지 앞세운 진보전진당 막판 돌풍
전문가 "태국, 단순 정권 교체아닌 구조적 개혁 원해"
단독 집권 의석 달성은 실패…연정 논의 활발해질 듯
  • 등록 2023-05-15 오전 9:10:39

    수정 2023-05-15 오후 2:58:12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14일(현지시간)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군부가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정권 교체는 불투명하지만, 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표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진당 대표가 14일 총선 투표 종료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AFP)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총선 개표가 99% 진행된 가운데 진보 야당인 전진당이 151석을 얻어 원내 다수당에 오를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현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확보해 2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당 의석을 합치면 292석으로 전체 의석(500석)의 과반을 넘는다. 친(親)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1석, 36석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주인공으론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가 꼽힌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징병제·왕실 모독죄 폐지 등 진보적인 공약을 앞세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막판 돌풍을 일으켰다. 덕분에 전진당은 군부는 물론 20년 넘게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해 온 프아타이당을 제치고 선거 승리에 성공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의 나폰 짜뚜씨피탁 객원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태국인들은 변화를 원한다. 단지 정권만 바꾸는 게 아니라 구조적 개혁을 원한다”고 평가했다. 촐랑롱콘대학의 티티난 퐁슈디락 교수도 로이터에 “전진당은 제도 개혁을 앞세워 선거를 새로운 장으로 끌어올렸다”며 “태국 정치권이 새로운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9년째 집권 중인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진단이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재집권에 실패하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지만 민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 그는 개표를 지켜보다가 “나라가 평화롭고 번영하길 바란다. 민주주의와 선거를 존중한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일각에선 태국 군부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군부 측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10년 가까인 이어온 군부 통치가 종식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태국 선거법은 군부가 임명한 상원(250명)과, 직접선거로 뽑히는 하원(500명)이 함께 투표해 과반(376석)을 얻은 후보를 총리로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태국 의회는 7~8월께 새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전진당이나 프아타이당이 집권을 하기 위해선 다른 야당이나 군부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진당이 군부와의 연정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어 중도 야당이면서 현 프라윳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품차이타이당(70석)이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은 선거 초반엔 승기를 잡는듯 했으나 주도권을 이어가지 못했다. 전(全) 국민 디지털 화폐 지급 등 과도한 포퓰리즘 공약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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