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야망이 깃든 군산공장..`쉐보레 희망가` 울린다

올란도 등 내수 인기 실감..잔업·특근 풀 가동
작년 24만4000여대 생산..올 해는 28만대 이상 가능
유성기업 파업때 재고물량으로 문제없어..디젤엔진공장도 바빠
  • 등록 2011-05-31 오전 10:00:00

    수정 2011-05-31 오전 11:48:3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국GM이 사운을 걸고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뒤 공장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수 판매가 늘고 있다는데 얼마나 바빠졌는지, 근로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지난 30일 한국GM의 군산공장을 찾았다.

한국GM 군산공장은 1996년 설립돼 근로자 평균 나이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인 젊은 공장이고, 신식 설비가 갖춰진 신(新) 플랜트다. 올란도와 크루즈, 라세티(수출용)를 생산하며, 정규직 2600여명과 도급직 1400여명.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 1만1000여명이 군산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군산시민이 28만여명이고 대부분 4인 가족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것.

군산공장의 작년 매출액은 4조2500억원, 총생산은 57만6830대(완성차 24만4660여대, KD 33만2170여대)였다. 내수와 수출 비중은 2대8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중남미 등 150개국에 수출하며, 이는 군산지역 전체 수출액의 65%를 차지한다.  
▲ 한국GM 군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차가 근처 항구에서 배로 선적되고 있다.
◇ 대우의 전설이 깃든 곳에서 울리는 쉐보레 희망가

한국GM의 대표공장은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이나, 군산공장은 대우자동차시절 전 김우중 회장의 글로벌 전략이 숨쉬는 곳이다. 지금은 39만평에 불과하지만, 1990년 당시 대우자동차와 대우중공업은 토지개발공사와 총 106만평의 군산부지 공급협약을 체결했다. 부평보다 땅 값이 싼 데다 수출용 부두가 가까운 이 곳에 국내 최고의 자동차산업단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

대우가 어려워지면서 확보한 부지 중 일부는 타타대우·현대중공업 등에 넘어갔지만, '전북 군산시 소룡동 1589번지 국가공업단지'라는 군산공장 주소는 옛 기억을 간직한다.

▲ 한국GM 군산공장 항공사진


하지만, 대우의 글로벌 경영이 실패하면서 군산공장 직원들도 브랜드 이미지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군산조립의장부 함혁주 직장은 "GM대우시절보다 내수 판매가 늘었다"면서 "1만~2만대 팔 수 있는 차라도 차량 성능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해 아쉬웠다. (잔업과 특근으로) 몸은 힘들어도 보람이 많다"고 미소지었다.

한국GM은 쉐보레 브랜드 도입 둘째 달인 지난 4월 국내에서 1만3006대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19.4%나 성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르노삼성보다 차종은 많은 데 국내에선 인기가 없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쉐보레 도입이후 내수에서 자존심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 잔업·특근 풀 가동, 노조 분위기도 변해...28만대 이상 생산 기대 함혁주 직장은 3월이후 거의 특근해야 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석가탄신일이 있던 5월만 해도 특근을 4번이나 했다. 그는 "토요일과 일요일 잔업을 하면 올 해 28만대(지난 해 24만4000대)까지는 생산할 수 있다"면서 "1996년 공장이 처음 생겼을 때 들어온 근로자들이 초등학생 자녀를 두는 경우가 많아 이직률이 거의 없고, 자부심도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브랜드 이름을 바꾼다는 건 노조에서 보면 심각하게 우려할 수도 있는 사항이었지만,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차들이 '쉐보레'로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마찰은 전혀 없었다"면서 "최근 2011년 임금협상을 시작했지만,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갑자기 생산물량이 많아지면, 3차종 7차형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데 품질 문제는 없을까?

군산 조립공장에선 1분당 차 1대를 생산하는데, 7시 30분에 출근해서 공구를 챙기고 체조를 한 뒤 8시부터 10시간 근무(8+2시간)한다. 그 중 12시부터 50분간 점심을 먹고 2시간 근무후 10분 휴식한다. 근로자들은 150개 수출국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차를 길이 340m, 너비 180m의 라인에서 조립해야 한다.

군산공장은 이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작업자와 차체가 같이 이동하는 '작업자 탑승식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키가 다른 근로자를 배려해 '작업높이 자동조절장치'를 구축했다. 라인과 라인사이에 완충지대를 둬 검사의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물론, 라인별 검사와 3단계 완성검사 이후에도 최신 품질검사장비로 다시 검사한다. 조립공장 내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인포메이션 센터'는 각 부문 리더들이 아침과 저녁 수시로 모여 품질을 협의하는 곳이다.

함혁주 직장은 "크루즈가 45%, 라세티가 25%, 올란도가 나머지 비중으로 생산되는데, (6월 출시될) 크루즈 해치백도 생산 준비를 마쳤다"면서 "자기가 생산하는 공정에서 불량은 만들지도, 보내지도, 받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올란도를 조립중인 조립의장부 직원들


                            ◇ 유성기업 파업때도 끄덕없던 디젤엔진공장 군산공장의 또다른 특징은 공장 내부에 디젤엔진 공장을 갖고 있다는 점. 바로 옆에서 생산된 유로5 디젤엔진이 올란도에 들어간다. 2006년 설립돼 군산공장 완성차는 물론 부평공장의 캡티바에 들어가고, 인도와 태국 등에도 수출한다.

군산엔진생산담당 김병근 부장은 "유로5와 유료4 엔진을 만드는 데, 친환경성이 덜한 유로4 엔진의 경우 보트용으로도 수출된다"면서 "같은 작업자가 오전에는 유로 5엔진을, 오후에는 유로4엔진을 만든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도급직원 25명을 포함 200여명이 일하는데 쉐보레 브랜드 도입 초기에는 기대반, 우려반 이었지만, 지금은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 엔진공장에서도 유성기업(002920)의 엔진 부품 피스톤링을 쓰고 있으나 이번 파업때 전혀 생산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김병근 부장은 "피스톤링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 뒀고, GM의 글로벌 부품 공급 전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군산공장에는 공장 종합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실시간 집계시스템과 피드백시스템이 구축돼 있는데, 이는 제조공장과 부품공장의 생산 정보를 공유해 적기공급(Just in time)이 가능하게 해 준다.

30일 오전에 군산 엔진공장의 실시간 집계시스템은 목표(target) 99대, 실제작업(actual)84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김 부장은 "월요일 오전은 안전교육 20분이 있어, 이를 감안하면 정상적인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GM 군산 디젤엔진공장에서 근무중인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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