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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부도날 때마다 PG사가 책임 떠안아… “이번엔 못 한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PG사들이 가맹점 부도로 환불을 떠안았던 사례는 있었다. 최근 회자된 것이 바로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플라이강원 사태다. 플라이강원은 누적된 부채에 투자유치 실패로 부도 사태에 이르렀고, 항공기 운항 중단에 따른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부 PG사가 떠안은 적이 있다. 이들은 거의 전액 손실 처리 후 플라이강원을 상대로 아직 소송을 진행 중이다. PG사의 한 관계자는 “플라이강원 때문에 카드사 대신 배상한 경험이 있는데, 손실액을 다 떠안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PG사가 관행적으로 불공정하게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PG사가 떼어가는 수수료의 대부분은 카드사 수수료이고, 환불 요청 때는 수수료마저 돌려주고 있다. 카드 도용 등 갖가지 이유로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카드 취소를 해 PG사가 떠안은 손실액만 10년간 500억원”이라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고 토로했다.
환불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PG사가 손실액을 떠안는 이유는 카드사와 맺은 특약 규정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하위 가맹점 책임을 상위 가맹점이 진다’고 돼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PG사는 1차 가맹점이고 티몬·위메프 등은 2차 가맹점에 해당된다. 따라서 2차 가맹점에 난 손실액을 1차 가맹점인 PG사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PG사는 티몬·위메프 등 하위 가맹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손실액을 배상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 투쟁 및 자금 회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티몬·위메프가 돈이 없다고 버틸 경우 돌려받기도 어렵다.
다만 PG사가 티몬·위메프에 취한 조치는 정확히 말하면 ‘환불 정지’가 아니라 취소 한도 설정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가맹점에 취소 한도를 설정하는데 티몬·위메프 대금은 결제와 취소가 대규모로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한도를 없앴다가 이번에 한도를 설정했다. 한도를 넘어서는 환불 정지가 들어오면서 환불 자체가 막혀버리게 된 꼴이다.
PG업계 “티메프, 예상 환불규모 제공 안해…손실추산 어려워”
PG사들은 티몬·위메프가 예상 환불 규모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예상 손실액을 추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전에 이용했던 여행상품 등 서비스나 물품이 이미 제공돼 문제가 없는 건들에 대해서도 민원 접수가 이어지고 있는데 티몬·위메프가 이용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으면 손실액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PG사 입장에선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실제 용역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아니면 제공 안 하고 취소했는지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손실액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수십억에서 상황에 따라 수백억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PG협회 관계자는 “PG업계는 가맹점들에게 지급해야 할 결제대금을 별도로 잘 관리해오고 있는데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소비자 민원에 따라 결제 취소를 한 후 PG사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PG사가 가맹점들에게 지급할 대금을 갉아먹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PG사에서만 손실 안 그쳐…171만 중소형 가맹점 피해
문제는 손실이 PG사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PG사는 티몬·위메프와 같은 플랫폼도 가맹점으로 두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업, 여행업, 항공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독립몰도 가맹점으로 두고 있다. 연초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PG사들이 계약을 맺은 가맹점은 대략 190여만개에 달한다. 이중 중소형 가맹점은 171만여 곳으로 전체의 93%가 넘는다. 특히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은 134만여 곳이다.
금융당국이 PG사를 압박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주주들에 대한 배임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자에게 줘야 할 판매대금에 손을 대게 한 자체가 잘못됐다”며 “에스크로 등에 판매대금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조치가 필요했는데 금융당국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지시라고 해서 PG사들이 대규모로 손실을 떠안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 행위다. 경영진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