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루 만에 1000만원 뚝↓…탄핵에 발길 끊긴 부동산

7월 연저점 대비 전세 매물 20% 넘게 증가
둔촌 주공 재건축 등 대단지 입주 예정
"계엄 이후 집 보러도 안오자 가격 내려 출회"
전세 가격도 8주째 상승폭 둔화 또는 보합
  • 등록 2024-12-15 오후 1:23:30

    수정 2024-12-15 오후 7:01:38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쌓여가고 있다. 지난달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고 불렸던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이 속출한 데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엔 전세 매물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뜸해졌다. 이에 전세보증금을 낮춰 내놓는 물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사진=연합뉴스)
“동대문·성동·관악구, 내년초 대단지 앞두고 전세 속출”

아파트 실거래가 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 13일 현재 3만 2859건이 출회돼 올 들어 전세 매물이 가장 적었던 7월(2만 6920건) 대비 5939건, 22.1% 빠르게 늘어났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전세 매물을 일부 거둬들여 전세 매물은 지난달 말 대비 158건 가량 감소해 넉 달 만에 매물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전세 매물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서울 동대문구, 관악구, 성동구 등은 6개월 전과 비교해 전세 물건이 빠르게 증가했다. 동대문구는 13일 1558건의 전세 매물이 쌓여 6개월 전(482건)보다 세 배 이상 급증했다. 관악구와 성동구는 같은 기간 400건에서 785건, 901건에서 1602건으로 각각 96%, 78%가량 늘어났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동대문구, 성동구, 관악구는 내년 초 대단지 입주가 몰린 서울 대표 지역들”이라며 “겨울 비수기에 내년 초 입주가 개시되며 실거주 안하고 임대를 내놓으려는 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요즘 입주장에서 소유권이전부전세대출을 제한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 전세 매물이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급한 매물의 경우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이 9일, 전주보다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전세 가격이 10월 중순부터 8주째 상승폭이 둔화하거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25개 자치구 중 동대문구, 성동구, 강동구 등 9개구의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1~0.07% 하락했다.

지난달 27일부터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가 시작된 것도 전세 매물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동대문구 래미안크레시티 전용면적 84㎡ 규모는 지난달 16일 6억 8000만원에 전세를 내놨으나 이달 10일 6000만원 내린 6억 2000만원으로 보증금을 대폭 깎았다. 관련 공인중개사는 “세입자가 올림픽파크포레온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아 집주인이 최대한 싸게 내놓으라고 했다”며 “최근 7억원에도 전세가 나갔던 물건이기 때문에 이보다 싼 금액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동대문구 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 주상복합은 6일 전세보증금을 9억원에 내놨다가 11일 8억 5000만원으로 5일 만에 5000만원 내렸다. 강동구 고덕현대 아파트도 전용 131㎡ 아파트가 지난달 20일 7억원 전세로 나왔으나 12일 6억 5000만원으로 5000만원 내려 출회됐다.

출처: 아파트 실거래가 앱
◇ 계엄 이후 발길 뚝, “하루 만에도 1000만원 더 내리겠다”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대단지 입주로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이달 윤 대통령이 비상 계엄까지 선포하자 부동산에 아예 발길이 끊기는 모습이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고 이사해야 하는 수요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거래가 끊기자 계약을 잡으려는 공인중개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대한 빠르게 계약을 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낮추는 분위기다.

노원구에 사는 40대 이 씨는 1월을 목표로 몇 달 전부터 전셋집을 구하고 있었는데 최근 몇 주 새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했다. 이 씨는 “계엄 선포 이후 공인중개사 두 곳에서 서로 가격을 낮춰서 계약해줄 수 있다고 연락이 오고 있다”며 “최근 며칠 간에는 처음 제시한 전세보증금보다 1000만원을 낮춘다더니 하루 지나 또다시 1000만원 더 낮출 수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추세적이진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산구, 강북구는 전세 매물이 각각 761건, 345건으로 6개월 전보다 14.4%, 10.4% 감소했다. 용산구, 강북구 전세 가격은 9일 기준 전주 대비 각각 0.2%씩 올랐다. 함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 수도권 전반으로 올해보다 입주가 3만~4만호 감소할 전망이라 내년 봄 전세 가격 재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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