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관련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정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13일 오전 8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SVB 사태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미 금리와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SVB가 최근 유동성 및 수익성 악화로 대응해 증자 계획을 발표한 8일 이후 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증자가 무산됨에 따라 10일 미 금융당국은 SVB 영업을 중지시키고 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호 절차에 돌입했다. 미 당국은 시그니처 은행에 대해서도 폐쇄 조치에 들어갔고 SVB처럼 전액 예금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돼 온 점, 미 재무부와 연준, FDIC가 예금자 전면 보호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치 이후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선물 지수는 1.1%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이 부총재는 “이번 사태가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14일)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은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 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