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날로 먹는 말고기..`바사시`<54>

육식 금지령에도 임진왜란 당시 군량미 대신으로 식용
유럽 말고기 식용의 역사도 거슬러가면 전쟁통
  • 등록 2021-12-04 오후 3:00:00

    수정 2021-12-04 오후 3: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일본 음식 바사시(ばさし)는 말(馬) 고기 회(刺し)다. 날 것의 말고기를 아주 얇게 저며 간장과 생강, 부순 따위와 함께 먹는다. 술안주로 인기가 좋다. 지방이 아예 없는 살코기는 식감이 단단한 걸 즐길 수 있고, 마블링이 낀 부위는 부드러워 대중적이다. 여러 부위 가운데 마블링이 풍부한 목살을 으뜸으로 친다.

바사시.(사진=킹덤오브도호쿠윈터플레이)
바사시의 기원을 전쟁에서 찾는 분석이 유력하다. 임진왜란 당시 군량미가 떨어진 일본인들이 군마를 먹은 데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전쟁통에 고기를 익혀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을 피우기 여의찮고 그랬다가는 연기와 불빛 탓에 발각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날것으로 먹은 게 유래돼 현지에 전파됐다고 한다.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선봉에 섰던 가토 기요마시가 지금의 규슈 구마모토현을 다스렸는데, 현재 일본에서 바사시가 가장 대중적인 지방이 구마모토현이다.

당시 일본은 육식 금지령이 내려져 있던 데 비춰보면 흥미롭다. 일본은 675년부터 1868년 메이지유신까지 약 1200년 동안 육식을 금지했다.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데 따라 살생을 금지하고자 일왕이 선포한 것이다. 그럼에도 전쟁을 일으킨 게 모순이지만 여하튼 말고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사시의 기원은 구전일 뿐 사료로 전해지는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최근 전쟁사를 들춰보면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파리 공성전(Siege of Paris·1870~1871) 당시 고기가 부족하자 말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군인들이 죽은 말을 식량으로 먹었다는 기록은 흔하다.

유럽은 말을 반려의 대상으로 여길 만큼 인간과 유대를 가진다. 서구권에서는 말고기에 일부 거부감을 표하는 건 이런 정서 때문이다. 그럼에도 말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당시 사정이 얼마큼 궁핍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물론 날 것은 아니었다. “중국인은 움직이는 모든 것을 먹고, 일본인은 움직이는 모든 날것을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이런 시각에서 보면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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