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블록체인 확산 빨라져…컨트롤타워 만들어야"

한국블록체인학회장 박수용 서강대 교수 인터뷰
"확산 속도 빨라져 연내 블록체인 대박 서비스 가능"
"정부 공공선도사업에 스타트업 참여 기회 넓혀줘야"
  • 등록 2020-07-03 오전 6:01:18

    수정 2020-07-03 오전 6:01:18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전 분야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올해 안에 블록체인 기반의 대박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조짐이 있습니다.”

향후 5년 동안 113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데이터 경제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가운데,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인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블록체인의 확산 가속화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 같이 밝혔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가 서강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데이터 분산관리 기술’인 블록체인은 현재의 ‘중앙집중형 데이터 관리 기술’을 탈피해, 데이터를 여러 곳에 나눠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중앙집중형 데이터 관리 기술의 경우 데이터가 한 곳에 모여 있어 위·변조를 막기 위해 상당한 자원의 역량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블록체인은, 다수 이용자에게 정보를 분산해 관리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에 대한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한다.

박 교수는 “인터넷 기술이 나온 후 일반화까지 10년이 걸렸다. 지금은 기술의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블록체인 활용까지의 시한을 ‘3년 내’로 봤다. 하지만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기업이나 사람들도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쓸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시범사업 성공 담보 필요하지만…스타트업 중심이 맞다”

그는 정부의 블록체인 시범사업에서 스타트업들이 소외된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 자체가 초기 기술이고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되는 걸 담보하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다소 대기업 중심인 건 사실”이라며 “국가적으로 블록체인 저변을 확대하고 산업을 일으키는데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스럽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대기업들은 정부에서 지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할 수 있다”며 “오히려 기술이 있는 회사들이 시범사업을 통해 기회를 얻고 경력을 만들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3년 미만 스타트업들이 많이 갖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결국 실제 일은 스타트업들이 이들 밑에서 하게 된다”며 “정말 이것이 블록체인 산업을 키워나가는 제대로 된 방향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주도의 초기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대해선 “초기 시장은 정부가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 정부가 마중물을 넣고, 어느 정도 기술을 키워내야 한다. 기업들이 여기서 경험을 쌓아야 해외에도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방향성과 규모에 대해선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정부가 블록체인에 돈을 쓸 거면, 국가적인 랜드마크가 될 만한 블록체인 사업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사업이 있어야 블록체인에 대한 인식 재고에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 재래시장 블록체인 적용…기술 ‘랜드마크’ 될 수 있어”

그가 예로 든 것은 ‘전통 재래시장’에 대한 블록체인 적용이다. “동대문시장 종사자가 7만~8만명이다. 아직도 수기를 통한 자금 거래가 많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모든 거래가 디지털화가 된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개별 부품마다 데이터가 쌓이면 온라인이나 해외 거래도 더 활성화될 수 있다. 디지털 전통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 ”

박 교수는 아울러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가상자산’으로, 임팩트 역시 실제 가장 크다”며 “가상자산 기반 서비스가 제일 와 닿는다. 기업들 입장에서 이를 할 수 없으니 블록체인을 다른 식으로 우회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까다롭고 피해자 보호방안이라는 조건을 붙이더라도 일단은 금융에서 가상자산을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일이나 일본조차도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상황인데, 우리는 여전히 이를 금지하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 발전의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이메일이 처음 나왔을 때 이메일로 인한 사기가 다수 발생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거기에 현혹되지 않는다.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게 됐다”며 “이제는 전향적 정책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블록체인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지만, 적용되는 분야는 제각기 부처가 다르다. 과기정통부가 주도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나서 ‘블록체인으로 국민 불편을 혁신하라’는 등의 지시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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