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개혁 줄이고 소소한 민생 챙겨야…인적 쇄신 시급

[尹대통령 임기 반환점]
4대 개혁 낙제점…야당 협조 없이는 불가능
한미일 관계 강화·원전 생태계 복원은 긍정적
김 여사 라인 교체 등 국민적 공감대 형성해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장수 장관 교체도 필요
  • 등록 2024-11-07 오전 5:00:00

    수정 2024-11-07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기덕 박종화 기자]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위기인 민주주의를 재건하기 위해 정치의 복원과 과학과 기술, 혁신을 주창했지만 임기 절반인 2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정국은 꽉 막혀 있다. 윤 정부 출범 첫 해 2.6%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4%로 반토막나면서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으며, 올해는 우리 경제 주축인 수출이 부진한 탓에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 한참 밑도는 2%대 초반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4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의료)은 국회에서 거대 야당과의 협치가 실종되면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 한미·한일 관계 개선 등 외교적 성과는 분명하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이 없다는 점에서 아직은 지켜봐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문가 평가, 尹정부 ‘D학점’…거야 협치 실패·김 여사 불신 팽배


6일 이데일리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정치학자 5인에게 설문을 한 결과, 평균 학점은 0.9점(A학점 4점 만점)으로 D학점을 면치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전 정부에서 단절했던 원전 산업을 재가동하며 체코 원전 수주, 한미 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 한일 관계 복원에 따른 셔틀 외교 재개 등 외교 분야는 주요 성과로 거론된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무대응, 저성장 속 고물가로 시름하는 민생 경제, 일방통행식 개혁 추진 등은 현 정부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내세웠던 노동·연금·교육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더해 올 2월부터는 의료개혁을 본격 추진하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실패와 야당과의 협치 실패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은 고갈 시기를 늦추는 구조 개혁을 포함한 정부 안을 마련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멈춰선 상황이다. 교육 개혁은 돌봄학교 정책 확대를 주요 성과로 제시했지만 만 5세 조기 초등학교 입학, 킬라 문항 폐지 논란으로 정작 중요한 획일적 고교평준화 정책 개선, 수능 제도 개편 등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노동 개혁도 임기 중 추진했던 주 69시간 프레임에 발목이 잡히며 노동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던 의대 증원 문제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됐지만, 협상력 부재에 따른 의료 공백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불편이 동시에 나타나는 문제에 직면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책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선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이 기억에 남지만, 현 정부는 대통령실을 옮긴 것 외에는 기억이 남는 것이 없을 정도”라며 “감세·규제 개혁도 내세웠지만 세수도 부족하고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4대 개혁 역시도 이젠 뜻대로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직전 정부에서 파탄 수준이었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고 한미 동맹을 강화시킨 것은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4대 개혁도 아직 제대로 시동도 못한 게 많기 때문에 남은 기간엔 노동시장 이중화 문제 해소, 비정규직 임금 차별 완화 등 쉬운 개혁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여론 반응성 높여야…대통령실·내각 교체 핵심


남은 임기 동안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로는 불편한 거대 야당과의 관계 회복,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소통 강화 행보다. 국회의 협조 없이는 아무리 명분이 높은 개혁과제라도 사실상 추진할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가장 여론의 불신이 높은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를 풀려는 노력 없이는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올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도 한덕수 국무총리 대독으로 갈음하며 2013년 이후 11년 만에 불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성과라는 것은 김 여사 문제로 다 덮어졌고,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 대응을 잘 못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며 “국민적인 지지를 받거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여론에 대한 반응성을 높이고 소소한 민생을 더욱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이 명태균 씨의 녹취록 이슈로 탄핵 소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이르렀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이 기간 직무집행정지가 될 것이고, 이후에도 레임덕으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다”며 “야당이 원하는대로 인사 혁신을 제대로 해 전화위복을 기점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치”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도 필수다. 윤 정부의 대통령실 2실 5수석으로 출범하면서 작지만 강하고 민첩한 대통령실 지향했지만, 현재는 3실 8수석로 비대해졌다. 당연히 대통령실 인력 30% 축소 공약도 역행했다. 내각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와 장수 장관이자 윤 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등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권이나 국민적 요구를 넘어선 더 큰 수준의 국정 쇄신 개혁을 해야 한다”며 “우선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사과를 하고, 총리부터 대통령실까지 탕평 인사를 하고 이미 앞세웠던 개혁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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