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비트코인과 비정규직

  • 등록 2018-01-24 오전 6:44:38

    수정 2018-01-24 오전 6:44:38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올해 가장 뜨거운 뉴스중의 하나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시장이다.

우리 정부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 언급 등에 영향을 받아 지난 17일 비트코인 시세는 기존의 절반 수준인 1000만 원대 초반까지 급락했으나 미국의 셧다운 여파로 20일 한 때 1700만 원대를 회복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20대를 중심으로 신용불량자가 대거 발생한 ‘제2의 카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를 검토하는 등 강력한 규제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비판이 많다. 규제 일변도의 정부정책이 신기술, 신산업의 성장은 고려하지 않고 국내 블록체인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반응은 디지털혁신의 산물인 가상화폐에 대해 우리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초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라는 정부의 입장이 정해진 후 정부 대응은 규제일변도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미래 산업 육성 핵심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가상화폐와 그 근간기술인 블록체인을 별개로 본다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의 셧다운 사태가 가상화폐가 금과 유사한 글로벌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한국의 거래소 폐쇄 가능성에 따라 해외 원정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정부대응으로는 현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는 가상화폐에 있어서 뿐 아니라 사회의 다른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노동 분야, 특히 비정규직의 원인은 복합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규직은 선(善), 비(非)정규직은 악(惡)’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접근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3D 프린팅 등 새로운 생산방식이 부각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첨단디지털 혁신인 가상화폐에 대한 대응과 같은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올바르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노동시장 양극화의 주요 원인중 하나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일자리(Any place, any time work)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 문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강하고 효율적인 노동시장으로 부러움의 대상인 독일도 여성의 경우 비전형적 근로자의 비율이 2013년 기준 32%(남성은 11%)로 지난 10여 년간 10%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사회 구성원의 가치도 변화한다.

퇴근 후 카톡금지법 제정 움직임에서 보듯이 일과 가정을 포함한 개인사생활을 조화롭게 양립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주권(working time sovereignty)을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유능한 근로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고용주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변화에 대응하면서 근로계층의 새로운 가치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5년째 26위에 머물고 있는데, 노동(73위), 비트코인을 포함(?)한 금융(74위) 등 만성적 취약 부문이 종합순위 정체의 주요인이다.

노동 분야 중 특히 비정규직문제는 국가경쟁력뿐 만아니라 사회 전체에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화폐식 근시안적 규제에서 나아가, 단시간근로 등 비정규직도 괜찮은 직장으로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고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노동의 규제방식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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