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양식업 등 수산업 분야의 피해가 큰 가운데, 해양 재난과 스마트 양식관리 등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반도 연근해 수온이 2100년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 만큼, 장기적인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 고수온으로 폐사한 강도다리 치어가 통에 담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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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11일 펴낸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6년(1968~2023년)동안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44℃ 올라 전 세계 평균(0.7℃)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서해나 남해에 비해 온도가 낮은 편이었던 동해 수역의 표층 수온은 해당 기간 1.9℃ 올라 서해(1.27℃)는 물론 남해(1.15℃)보다도 가파르게 올랐다.
이러한 고수온 경향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과원은 오는 2100년 기준 한반도 연근해의 표층 수온이 지금보다 최대 4℃ 가량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화석연료 사용과 개발 확장 등 탈탄소화 노력이 없는 경우의 가정으로, 이 경우 동해의 수온은 최대 5℃나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온 변화로 인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151만t 수준이었던 것이 2000년대 들어 t116만t 까지 떨어졌으며, 2020년대에는 100만t 을 밑돌고 있다. 양식업 역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2011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업 피해는 총 3260억원이었으며 이중 고수온 피해가 60%(1947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기후변화가 해양 환경과 수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해양수산부도 대비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분야 기후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연말 수산 분야의 대응방안을 내놓는다. 또 오는 10월 25일 시행을 앞둔 기후변화감시예측법)에 따라 해수부는 해양·극지 기후 관측망을 구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게 돼 내년 예산안에 한반도 해역 기후변화 감시·예측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위한 28억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다만 지속적인 기후변화 대응 동력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는 물론, 통합적인 법률과 규정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미래연구원의 ‘기후위기 시대의 수산업 지속적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행한 수산분야 기술개발 과제에서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된 과제는 1년에 평균 17건에 그쳤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이 고수온에 적응하기 쉬운 품종 개발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제 특허는 양식장 먹이나 먹이공급장치 등 일부 기술 위주였다.
김은아 국회미래연구원 혁신성장그룹장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응체계 고도화, 해양환경 변화에 따른 어업 시나리오나 스마트 양식 기술 등 다양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기존 해양수산 부문의 전통적 정책을 연계하고, 지자체의 역할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제화 역시 중요 과제로 거론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수산부문 기후변화를 위해 나왔던 법안 28개 중 61%(17건)은 폐기된 바 있다. 김 그룹장은 “해수면 상승과 생물다양성 위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법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의 조례 정비와도 연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