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처럼 '그린다'…해 뜨면 시작해 해 지면 멈추고 [e갤러리]

△가나아트 나인원서 '낮과 밤' 전 연 작가 박영남
전등 없이 작업실 드는 햇빛만 의존해
'자연 빛' 테마로 붓 대신 손가락 그림
화폭 곤죽될 정도로 물감·목탄 문질러
  • 등록 2022-09-12 오전 9:28:06

    수정 2022-09-29 오후 3:28:40

박영남 ‘일출 일몰’(2022), 캔버스에 아크릴, 162.5×130.5㎝(사진=가나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달라진 건 역시 색이다. “자연을 모티브로 시작하나 끝날 때가 되면 색채만 남는다”고 했던 그이였다. 애써 묘사하지 않아도 어차피 자연을 그리니 캔버스에 남길 건 색덩어리뿐이라 그랬더랬다. 흑백이 전부던 화면에 우연찮게 색실험이 시작됐고, 어느 날은 햇빛과 어우러진 자연현상인 듯한 ‘인상’이 빠져나왔다. 인상파의 빛, 그 인상 말이다.

3년 전, 작가 박영남(73)의 얘기다. 그런데 그이의 화면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던 색이 또 사라진 거다. 푸른빛 하나만 남긴 채 말이다. 붉은 기운이라곤 찾으려야 찾을 수도 없는 ‘일출 일몰’(Sunrise Sunset·2022)은 그렇게 나왔다. “해 뜨면 시작해 해가 지면 멈추고, 전등 없이 작업실에 들어오는 햇빛에만 의존하는” 작가 작업의 영원한 테마인 ‘자연의 빛’이 연작 타이틀이 됐다.

자연에 꽂힌 그 색을 위해 붓 대신 손가락을 쓰고, 화폭이 곤죽이 될 정도로 물감·목탄을 문질러 대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때론 농부가 농사를 짓듯 하기도 한데. 바닥에 눕힌 캔버스에 씨 뿌리듯 목탄 가루를 뿌리기도, 곡식 빻듯 목탄 묻은 절굿공이를 내리찧기도 한다는 거다. “캔버스가 곧 대지”라고 믿고 있으니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밖에.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가나아트 나인원서 여는 개인전 ‘낮과 밤’(Day and Night)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18일까지.

박영남 ‘일출 일몰’(Sunrise Sunset·2022), 캔버스에 아크릴, 240.2×170㎝(사진=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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