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매직 가전사업부 부분 매각 작업…무산시 사업 축소

[SK매직 매각]
사업부 잘라팔기 나선 SK매직
유력 원매자 부재…매각 협상 지지부진
매각실패 대안 ‘사업부 축소’ 카드 마련
  • 등록 2023-12-26 오전 8:23:12

    수정 2024-01-01 오전 11:40:05

[이데일리 지영의 김형일 기자]SK네트웍스(001740) 자회사 SK매직이 가전사업부 부분매각을 진행 중이다. 원매자 부재로 최종 매각이 불가능할 경우 가전사업부를 대폭 축소해 고정비용을 줄이는 대안 마련에도 나섰다.

2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SK매직은 지난달 말 경 가전사업부 중 가스기기·식기세척기 사업부문을 담당해오던 대리점들에 공문을 보내 일방적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SK매직 측이 고지한 계약 미연장 사유는 사업구조 변경 및 제품 단종이다. 올해 말부터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할 예정으로, 온·오프라인 판매채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전 고지 없이 계약 미연장을 통보했던 SK매직은 이달 들어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계약 종료 공문을 회수한 뒤 추가 검토를 진행한 후 통보하겠다는 입장을 재전달했다.
(자료=SK매직)
SK매직 대리점 사업부 측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계약 미연장 통보를 했다가 다시 번복한 뒤 이야기가 없다”며 “오랜 기간 협업을 해온 사업장 모두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측이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사업부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SK매직은 경동나비엔(009450) 등 일부 기업과 접촉해 사업부 부분 매각을 시도 중이다. 매각 협상 동향에 따라 구조조정 향방을 결정할 모양새다.

그러나 사업부 매각 협상은 극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원매자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던 경동 측과의 협상도 한 차례 결렬됐다. 논의 초반 경동에서는 가스기기 사업부문만 적정가에 사올 의향을 내비쳤지만, SK매직 측에서 사업부문 여러 개를 한 번에 매각하길 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양사가 재논의 물꼬를 텄으나 가격과 매각 대상에서 협의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SK매직이 가전사업부를 중심으로 매각 및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적자폭 확대다. 가전 부문 매출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SK매직의 연결 기준 주방가전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261억원에서 올해 동기 1247억원으로 1.1% 감소했다. 지난 2018년 말만 해도 2906억원 수준을 내던 가전 매출이 수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 렌탈 부문도 성장이 둔화돼 단기간 내에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여건이다. 부채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244.7%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다고 본다.

SK매직 가전 부분은 과거 높은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으나 점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경쟁사에게 입지를 내줬다. 시장에서는 SK매직이 렌탈 강화에 방점을 두는 동안 가전 부문 경쟁력 유지 전략이 미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6년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측이 동양매직(현 SK매직)을 SK네트웍스에 매각하기 전까지 가전부문은 회사의 캐시카우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SK네트웍스가 신사업을 강화하려면 자회사가 돈을 잘 벌든지, 자회사를 팔아 돈을 끌어오든지 해야 할 상황일 것”이라며 “시장에서 SK네트웍스가 원하는 가격대에 SK매직을 통매각할 수는 없고, 적자가 깊어진 사업부를 부분매각하거나 축소해서라도 수익성을 개선해보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SK매직 내부에서는 새 경영진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SK매직을 주력자회사로 키우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걸었지만, 내부에서 깜깜이 매각 및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SK매직 내부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회사가 경동 측과 매각 협상을 해왔다는 걸 이미 다 알고 있었다”며 “고객 이탈을 우려해 숨기는 듯 하지만,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는 방향을 공공연히 추진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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