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아닌데…비보다 '강풍·폭염'이 더 센 장마 왜?[궁즉답]

28일 집중호우?…빗나간 예측 전국 강수량 2㎜ 그쳐
전국 일최저기온, 평년보다 6도 높은 25도 기록
정체전선 생성 원인 변화 탓…'휘발성 정체전선'
강풍·열대야…정체전선 폭 좁아 남서풍 강해져
  • 등록 2022-06-30 오전 6:00:00

    수정 2022-09-29 오후 3: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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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Q. 지난 23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기간에 돌입했다고 하는데요. 소나기처럼 비는 잠깐 오다 말고 오히려 열대야나 강풍이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올해 장마가 정말 시작된 것인지, 기후변화로 앞으로는 장마기간에도 폭염이 자주 발생하게 되는 것 아닌지 궁금합니다.
중부지방에 많은 비와 강풍이 예보된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
올해 장마도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입니다. 내린다는 비보다는 강풍이나 폭염·열대야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죠.

소위 장마전선으로 불리는 정체전선이 매우 강하게 발달해 있지만, 워낙 폭이 좁아 국지적으로 ‘반짝’ 내리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체전선의 발생 원인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이유입니다. 평소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 발생한다고 알려져있죠. 큰 기단이 만나 생기는 정체전선은 두텁고, 남북으로 천천히 이동하면서 강수를 뿌려 말 그대로 ‘정체전선’이라고 불렀죠.

하지만 지금은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이따금씩 북측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 정체전선이 잠깐 새로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합니다. 이에 북측 찬 공기의 세력에 따라 정체전선의 변동성이 매우 커지는 것입니다.

기상예측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기상청은 28일 새벽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이날 전국 강수량은 2㎜에 불과했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경기 2.6㎜, 강원영동 0.4㎜, 강원영서 6.1㎜, 충남 0.1㎜, 경북 0.1㎜ 등으로 예상밖 적은 강수량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정체전선을 보면 폭이 좁고, 매우 강한 강도의 비구름대가 발달해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에 오랜 기간 정체하면서 많은 양의 비를 뿌린 이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해 비의 양이 적었습니다. 정체전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다만 이번에 영향을 주는 정체전선은 29~30일 이틀간 오래 머물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250㎜ 이상의 비를 뿌릴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습니다.

비는 적게 내리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거센 강도로 유입됐습니다. 이는 강풍과 열대야의 원인입니다. 폭이 좁은 정체전선 사이를 지나면서 바람의 속도가 빨라졌던 것입니다. 이른바 ‘베르누이 정리(Bernoulli‘s Theorem)’ 현상입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한반도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비가 내리지 않는 곳에는 밤에도 계속해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상 폭염은 이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낮 동안의 일사효과로 발생하지만, 이번 폭염은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입되면서 밤 사이 기온을 높게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실제 28일 전국의 평균 일최고기온(29.5도)은 평년보다 2.3도 높은 데 그쳤으나, 일최저기온(25.0도)은 평년보다 5.9도나 높았습니다.

오호츠크해기단이 다시 활성화될 지는 미지수 입니다. 다만 앞으로 이같은 이상장마가 이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듭니다. 기후적 분석을 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구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주변의 높은 수온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변(30~45°N, 120~135°E)의 해수면온도는 23일 기준 20.5도로 평년보다 1.5도 높은 상태입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본부장은 “수온이 상승하면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평년보다 강해질 수 있고, 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릴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수온도 기상예측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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