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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6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등 안건을 의결한 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일정을 협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전체회의를 마친 후 법안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논의할 생각이었지만, 야당 측에서 일부 위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 등을 이유로 자가격리 중이어서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법안소위는 오는 22일 이후로 미루기로 결정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김용민 의원안) 주요 골자는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피해자가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에서는 △취재원 발언 허위 또는 왜곡 인용 △법률위반 보도 △정정보도청구·정정보도 미표시 △정정보도 이전 기사의 검증 없는 복제·인용 보도 △계속·반복적 허위조작보도 △기사 제목 왜곡 보도 등을 고의·중과실의 요건으로 봤다. 또한 모든 정정보도를 당일 ‘머리기사’로 내야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신문과 방송의 정정보도 기준까지 법으로 명시한 것이다.
“유튜브나 1인 미디어 규제가 먼전데 왜”…野·언론계 반발
다만 다시 법안소위가 열리더라도 진통은 불가피하다. 야당을 비롯해 언론계 등에서 이 법안에 대해 극렬한 반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도구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언론계 역시 언론의 국정에 대한 비판 기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권력 감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권력 비판 기능이 사라지면 중국처럼 통제된, 표현의 자유가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잘못한 것은 당연히 책임져야 하지만 현행법(민법·형법 등)이 있는데도 언론중재법을 강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가짜뉴스’의 진원지인 유튜브나 1인 미디어가 아닌 기성 언론을 겨냥해 법안을 만든 것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합성사진 같은 가짜뉴스를 제대로 규제하려면 아무런 검증없이 쏟아져 나오는 유튜브나 1인 미디어를 먼저 규제해야 하는데, 왜 레거시(전통적) 미디어부터 규제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세계 어느 나라도 민사와 형사,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하는 곳은 없다”며 “이는 과잉 규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야당 등의 강한 반대로 해당 법안은 안건조정위 회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6인(여당 3인, 야당 3인)으로 구성된다. 다만 김의겸 의원이 ‘야당’ 측 위원으로 참여할 경우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결사 저지를 천명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에 재갈 물리기 위한 여권의 태도가 노골화됐다”며 “언론 장악을 위한 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국민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모든 당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